내 삶이 한심해 미치겠다면

입력
2022.06.21 14:00
<12> 영화 '백엔의 사랑'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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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가 사회적 패배자라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원하는 걸 얻어본 적이 없어요. 성적도 외모도 늘 애매했어요. 스무 살 때는 원치 않는 대학에 들어갔고 대충 학업을 마치고 졸업했어요. 용기와 돈이 없어 흔한 해외여행 한번 못 해봤죠.

이후 집에 들러붙어 3년 동안 백수 생활을 했어요. 공무원 준비도 해봤는데 너무 안 돼서 얼마 전 최저임금을 주는 영세 기업에 취업했어요. 어영부영 들어간 회사다 보니 직장에서도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만 하게 되네요. 친구들은 이미 백수 기간 동안 다 연락이 끊겼어요. 삶이 한심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가연(가명·31·직장인)

영화 '백엔의 사랑'은 삶의 희망을 잃은 여인 이치코가 권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미디어캐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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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엔의 사랑'.

독일의 문호 괴테는 "무용한 삶은 앞당겨진 죽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스로의 삶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생각만큼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건 없을 듯합니다.

가연씨는 지금 무기력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나고 싶으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서 답답한 상태죠.

그런 가연씨에게 일본 영화 '백엔의 사랑'을 추천해요. 부모님 집에 얹혀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던 32세 이치코의 삶은 보기만 해도 우울한데요. 그런 그는 복싱을 시작하면서 세상과의 싸움에 뛰어들게 됩니다.

한 번도 뭔가를 이뤄낸 적 없는 이치코의 삶은 복싱 체육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바뀝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조차 무시당하던 그의 눈빛은 점점 매서워집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승리'라는 인생 최초의 희망을 품으며 고군분투하는 그의 삶을 보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인데요.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히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듯한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는 이치코를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100엔짜리 인생이면 어떻냐'고 응원을 건네줍니다. 이치코가 복싱을 시작하게 된 지점은 죽을 듯이 싸우던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던 장면입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잘 싸웠다'라는 위로. 아마 이치코는 그 위로와 응원을 복싱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외적인 변화가 무색하게도 데뷔전에서의 이치코는 무력하게 맞기만 합니다. 여전히 아프고 처절합니다. 하지만 전력으로 패배하는 그의 서사는 이치코가 더 이상 인생의 패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복싱이 아니어도 됩니다. 무언가를 꼭 이뤄내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우리는 나약하고 유한하기 때문에 실패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을 던져 싸우고 패배의 맛을 만끽해보면 어떨까요. 그 과정 속에서 가연씨도 살아갈 힘을 얻게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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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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