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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 비공개라지만…외풍 거세면 속수무책

입력
2022.06.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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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SI 첩보 공개 거부
정치적 압력, 국민 여론, 감사원 감사 '3중고'
천안함 등 외풍 거세면 슬쩍 군사기밀 공개
필요에 따라 슬쩍 내놓은 국방부 이중 행보
국방부 "법과 규정 따라 결정되면 따를 것"

2020년 9월 북한에 피격당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에 피격당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월북’으로 몰아간 국방부의 근거는 감청으로 수집한 대북 특수정보(SI) 첩보였다. 2년 뒤 결론이 뒤바뀌면서 논란이 고조되고 있지만 군 당국은 ‘군사기밀’을 이유로 당시 SI 첩보 공개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마냥 버티기는 어려운 처지다. 정치권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은 데다 감사원 감사까지 시작돼 국방부가 ‘3중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군 특유의 비밀주의를 앞세우다 외풍에 밀려 끝내 고집을 꺾은 전례가 적지 않다. 향후 추가로 알려질 첩보 내용에 따라 국방부는 또다시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이 대표적이다. 대북 경계 실패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군은 천안함 침몰 장면이 담긴 열상감시장비(TOD) 촬영 화면을 공개했다. 고작 1분 20초 분량에 불과했다. 이에 ‘은폐’ 논란이 불거졌고 견디다 못한 군은 40분짜리 원본을 내놓았다. 그마저도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추가 동영상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국방부는 재차 망신을 당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군 당국을 향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면피성’ 기밀 공개로 위기를 모면하는 데 급급했다.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는 천안함의 작전기동 상황과 한미 정보자산 탐지능력 등 민감한 내용을 이례적으로 연달아 누설하며 ‘실패한 작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 애썼다.

2019년 6월 삼척항에 입항한 목선 귀순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방부는 3급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북한 선박의 해상 귀순 경로를 선제적으로 알려 집중 포화를 맞았다. 군이 숨기는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다 혼선을 자초했다. 같은 해 11월 해상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을 판문점 경비구역(JSA)을 통해 돌려보내는 과정에서도 군 당국은 “북한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주했다”는 첩보를 공개해 과연 적절한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작전 승리에 도취돼 조작으로 의심받은 경우도 있다. 국방부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을 완수한 뒤 해군 특수전전단 요원들의 기념사진을 배포했다. 하지만 1년 전 사진을 작전 직후에 촬영했다고 언론에 설명한 것이 들통나 “거짓 홍보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 "법과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결정되면 우리 국방부와 군은 거기에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보자산에 대한 무분별한 공개, 이런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도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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