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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이자 49만→76만 원"... 서민 안전판 '전세대출'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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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모(34)씨는 이달 초 은행에서 전세대출 금리 변경 통보를 받았다. 이달 말부터 전세대출 금리가 기존 2.93%에서 4.02%로 1.09%포인트 인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은행에서 전셋값(3억 원·86㎡)의 73%인 2억2,100만 원을 전세대출받아 2년여간 매달 이자로 45만~49만 원을 냈는데, 월 이자가 76만 원으로 단번에 27만 원(55%) 급등한 것이다. 그는 "6개월 뒤 금리가 또 뛰면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반전세로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에 견줘 금리가 싸고 대출 한도 규제가 헐겁다. 서민들은 전셋값의 상당 부분을 전세대출로 충당한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여파로 전세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뛰자 이씨처럼 이자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자 폭탄'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거사다리에서 한 단계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최근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상단 기준 연 5%를 속속 넘어서고 있다. 20일 기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최저 금리는 연 2.99(케이뱅크)~4.1%(제주은행), 최고 금리는 3.01(대구은행)~5.24%(수협은행) 수준이다. 1년여 사이 최저·최고 금리가 각각 1%포인트 넘게 뛰었다.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통해 진행돼 대부분의 상품이 전세보증금의 80~90%까지 대출을 내준다. 금리도 가계대출 상품 중에서 가장 낮다. 정부 역시 주택대출은 각종 규제책을 동원해 엄격히 통제했지만, 전세대출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취지로 한도 상향 등 지원을 계속 넓혀왔다.
덕분에 2012년 23조 원 수준이던 금융권의 전세대출 잔액은 2019년 이후 매년 30조 원 안팎으로 늘어 지난해 기준 180조 원까지 증가했다. 2019년 이후 전셋값이 폭등(전국 16.2%·서울 20.4%)했는데, 많은 이들이 손쉽게 전세대출을 받아 오른 전셋값을 치르면서 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이다. 전셋값 마련 대출을 받은 가구 비중(가계금융복지조사)은 2016년 6.4%에서 지난해 12.2%로 두 배 늘었다.
문제는 전세대출이 구조적으로 금리 인상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엔 최근 갑작스레 전세 금리가 크게 뛰어 이자 감당이 안 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사연은 대동소이하다. 보통 6개월과 1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방식인데, 올 들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뛴 영향을 반영해 전세대출 금리가 이를 웃도는 수준으로 재산정되자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잇따른 전세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미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전세살이 비용이 월세 비용을 앞질렀다. 서울에서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KB국민은행 기준)은 3.19%인데, 이씨가 사는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3.6%다. 대략 보증금 2억2,100만 원을 월세로 돌리면 연 이자가 795만 원인데, 이는 전세대출 이자(연 4.02%·912만 원)보다 낮다.
앞으로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경향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 거래 비중은 2020년 60.8%에서 올해 1분기 51%로 9.8%포인트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월세를 포함한 반전세 비중은 39.1%에서 49.1%로 전세 비중과 거의 비슷해졌다. 최근 2년간 전세가격 급등 영향으로 전세에서 반전세로, 반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하향 도미노 현상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더구나 내달 말이면 임대차3법이 시행 2년차를 맞는다.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최장 4년의 전세 계약이 끝난 세입자는 새 보증금을 지난 4년간 오른 전셋값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가 워낙 오른 터라 세입자로선 전세대출을 늘려 전셋값을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전세 계약이 만료된 서민들은 눈높이를 낮춰 대거 반전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김진성 KB금융지주 부동산팀 연구위원은 "본격적인 금리 상승과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영향으로 8월부터 저소득층의 전세대출 확대가 생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주거 비용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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