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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크 차이 아십니까? 친환경인 듯 친환경 아닌 인증의 비밀 [그린워싱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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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탐정] <7>환경성적표지
2019년 12월 이마트 식품 코너. 곳곳에 친환경 행사 팻말이 붙었다. 팻말엔 ‘환경성적 환경부’라는 글귀와 함께 잎사귀를 본뜬 초록 마크가 있다. 환경부의 ‘환경성적표지’ 인증 마크다.
당시 이마트는 자사 PB브랜드인 ‘노브랜드’와 ‘피코크’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사의 인증 취득을 도왔다. 총 24개 제품이 인증을 받고 할인 이벤트를 했다. 이마트 홍보 채널은 “지구의 내일을 위한 친환경 소비”라며 “물건을 고를 때 이 마크를 한번 더 확인해달라”고 했다. 물건을 구매하면 환경에 이로운 효과가 있다고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함정이 있다. 환경성적표지는 ‘제품 생산·폐기 때 발생하는 탄소량, 물 소비량 등을 측정했다’는 뜻에 그친다. 그런데도 유해물질·탄소 배출량을 줄인 경우 등에 부여되는 '친환경 마크(환경표지 인증)'와 모양이 거의 같다.
업체 입장에서 환경성적표지는 ‘손쉬운 친환경’인 셈이다.
인증목록은 환경산업기술원 환경성적표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기준, 348개 기업의 1,630개 제품이다.
소비자가 이 홈페이지에서 탄소를 덜 배출한 제품을 찾을 수 있을까. 칫솔을 예로 들어보자. 이마트 노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는 칫솔 '오죤'만 인증을 받았다. 초극세모 칫솔 1개 세트에 탄소 0.37㎏이 배출됐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로서는 '0.37㎏'이 다른 칫솔에 비해 더 나은 건지 파악할 수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인증 관계자는 "비교가 가능하려면 여러 기업이 모든 제품군에 대해 환경 영향을 공개해야 한다"며 "지금은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해 인증이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인증을 받고도 환경성적표지 홈페이지를 통해 철강 제품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환경성적인증 제도가 측정한 결과값을 환경부에 제출하기만 하면, 일반 시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된 허점이 있다.
다만,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플랫폼에는 환경 성적을 공개해 소비자들이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개별 기업의 '선택'에 따른 공개일뿐이어서, 제도 자체의 허점은 그대로 남는다.
환경부는 “환경 영향을 줄이려면 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므로 제품의 환경성을 평가하는 것만으로도 환경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럴까. 정부의 ‘온실가스·에너지 목표 관리제’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일정 정도 이상인 기업은 배출량을 공개한다. 인증 업체 중 25곳의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배출량이 줄어든 곳은 13곳(52%)뿐이고, 12곳은 인증을 받은 후에도 되레 탄소 배출량이 늘었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은 2019년 이 인증을 받은 해, 배출량(약 3,014만 톤)이 전년도(2,251만 톤)보다 약 763만 톤(약 33.8%) 늘었다. 포스코 역시 2019년 인증을 받은 해에 배출량(약 8,049만 톤)이 전년도(약 7,312만 톤)보다 약 747만 톤(약 10.2%) 늘어났다. 또 같은 해 인증을 받은 SK하이닉스도 426만 톤을 배출해, 전년도(378만 톤)보다 약 48만 톤(약 12.6%)의 온실가스를 더 배출했다. LG화학은 45만 톤(약 5.6%), 삼성전자는 36만 톤(약 3.4%)을 더 배출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2020년에도 각각 43만 톤, 138만 톤의 탄소를 더 배출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2020년 탄소배출량이 각각 152만 톤(약 5.0%), 492만 톤(약 6.1%)씩 줄긴 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전년보다 8% 감소된 것으로 추정했으므로, 평균적인 자연감축분보다도 적다.
기업들은 이 인증을 ‘친환경 홍보’로 사용한다. 탄소배출 정보공개가 생산공정이 친환경적이라는 근거가 되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2019년 포스코는 “모든 철강 제품군에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포스코는 “우리는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자부한다”며 “모든 철강 제품의 환경정보를 공개할 만큼 생산공정을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도 2019년 자사 반도체 제품이 이 인증을 받았다며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다른 홍보 자료에서도 “기업의 친환경 역량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상했다”며 “10년 전부터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역시 탄소배출량이 계속 늘고 있는 업체다.
기업들은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인증을 통해 철강 고객들이 환경성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고, SK하이닉스는 "우리의 의도는 환경성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마트는 “인증을 통해 상품의 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이를 감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현재 배출량을 파악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탄소 저감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인증이 되레 ‘이렇게라도 노력하고 있다’고 합리화시켜주는 데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인증은 완공된 설비에서 얼마만큼의 자원이 소비되는지만 조사하면 되기 때문에 제품 한 개당 수백만~수천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억 원이 드는 탄소 저감 설비 공사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녹색건축인증이나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등에 이 인증이 배점 항목으로 포함돼 있는 것도 ‘친환경성’을 부풀리는 요소다. 녹색건축인증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주관하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데, 환경성적표지를 받으면 배점을 최대 4점까지 부여한다. 또 서스틴베스트·한국기업지배구조원·대신경제연구소 등의 ESG 평가 때에도 이 인증이 배점 항목에 포함된다.
정부는 인증을 유지하되 ‘환경 영향 저감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인증 도안 모양새를 바꾸는 등 소비자들이 인증 의미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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