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제 화약고는 '인사'.... '총경 제청권' 밀어붙이는 행안부

입력
2022.06.20 00: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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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자문위, 21일 최종 권고안 발표
경찰 "청장 인사권 줄이면 누가 말 듣나"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반대하는 경찰청 직장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반대하는 경찰청 직장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권고안을 21일 정부에 제출한다. △인사 △예산 △징계ㆍ감찰 △수사 등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아이디어가 제시됐지만, ‘인사권’이 경찰 통제 수위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알려졌다. A 자문위원은 19일 “인사권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에 확실히 들어간다”면서도 “다만 범위를 두고 자문위 안에서 여전히 논쟁이 치열해 인사가 화약고가 됐다”고 말했다.

경찰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자문위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와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작성한 초안이 회람됐고, 위원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서면 제출했다. 아직 확정된 안은 없고, 자문위가 여태껏 논의한 내용을 한데 모아 돌려본 수준이라고 한다.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진 경찰권 통제 방안 중 그나마 공감대가 모인 부분은 인사다. 일단 ①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 업무를 보좌하는 ‘치안정책국’ 신설과 ②경찰청장ㆍ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해 후보추천위원회를 두는, 큰 틀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원 대부분이 경찰 고위직 인사의 투명성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법무부ㆍ검찰’ 모델처럼 행안부에 경찰 예산편성권 및 수사지휘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위원들마다 의견이 달라 최종 권고안에 담길지는 미지수다. 자문위 관계자는 “경찰청장조차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는데, 행안부가 어떻게 수사까지 건드리느냐”며 “현행법이 보장한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현실화해 경찰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인사권의 각론이다. 행안부 측은 경찰청장ㆍ국수본부장 외에 총경 이상 고위직(2020년 말 기준 650명)도 인사 제청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과 경찰청장이 논의를 거쳐 고위급 간부 인사안을 짜면 행안부 장관은 형식적으로 제청하는 식이었다. 행안부는 이런 ‘밀실’ 인사의 폐해가 크다고 판단했고, 앞으로 치안정책국의 지원을 받아 경찰청장이 추천한 인사안을 검증하는 등 법으로 보장된 인사 제청권을 최대한 쓰겠다는 구상이다.

자문위 논의 과정에서 “행안부 안에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언이 나온 것도 같은 논리가 배경이 됐다. 인사 대상자들의 근무평가를 꼼꼼히 해 제청권을 행사할 때 근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B 자문위원은 “대통령실 특정 인사가 안을 짜고, 권력에 잘 보이는 경찰들이 승승장구하는 관행이 바람직하느냐”며 “국무위원인 행안부 장관이 책임감 있게 인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자문위원으로 일하는 정승윤 부산대 교수도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청와대 지침대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낸 해경 간부들이 승진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청와대 수사조작 지시와 보상인사, 이런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 측과 일부 자문위원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이 법적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과 고위직 경찰관들의 근무평가를 직접 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상급기관이 승진의 목줄을 쥐고 있다면 어떤 경찰이 청장 명령을 듣겠느냐”고 반문했다. C 자문위원 역시 “장관이 총경급 인사까지 실질적인 제청권을 행사하려 할 경우 ‘경란’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석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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