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실족? 극단 선택? 자진 월북? …베일 싸인 그날의 진실은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실족인가. 극단적 선택인가. 아니면 월북인가.
국방부와 해양경찰이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1년 9개월 만에 뒤집으면서 그의 마지막 행적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해역에서 숨진 이씨는 전날 서해 북단 해상에서 동료들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부터 실종되기 전까지 구체적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
19일 해경 등에 따르면,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이었던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오전 1시 35분쯤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에서 동료들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사실이 알려진 것은 10시간가량 지난 오전 11시 31분쯤이다. 이씨는 하루 뒤 소연평도에서 38㎞ 떨어진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됐다. 그는 발견된 지 6시간 만인 22일 오후 9시 40분쯤 북한군 총격을 받아 숨졌고, 시신은 불태워졌다.
유족은 이씨가 실족해 바다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형 이래진씨는 본보 통화에서 "동생이 근무 중 실족해 표류하다 사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국방부 첩보에 대해선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한 것이라고 했다.
유족은 "월북하려면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방수복이 그대로 있었다. (실종 당시) 밀물을 뚫고 북쪽으로 간다는 것은 무리"라는 동료들의 진술을 근거로 들었다. 이래진씨는 "실종 지점에서 북한 해안까지 최단거리가 21.5㎞로 헤엄쳐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월북했다면 공무원증과 지갑 등을 (배에) 두고 갈리가 없다"고 했다.
해경은 수사 당시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무궁화10호 선미 갑판에서 이씨의 슬리퍼가 발견됐고, 그가 빚 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주변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해어업지도관리단 관계자는 "동료들에게 300만~500만 원씩 빌린 돈이 2,600만 원에 이르고 사채 빚도 1억 원가량 있어 힘들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혼 후 전남 목포의 숙소에서 지내던 이씨에게 돈을 빌려준 일부 동료가 법원에 급여 가압류 신청을 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씨와 배를 함께 탔던 한 직원은 해경에서 "(추운 바닷물에 방수복 없이 그냥 들어간 것을 보면) 월북이 아닌 자살이란 생각이 든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씨 실종 당일 오후 1시 연평도 인근 수온은 22.1도로 목욕탕 냉수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이씨가 방수복은 챙기진 않았으나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을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던 점을 근거로, 실족이나 극단 선택 가능성을 낮다고 보기도 한다. 바다 한가운데서 우연히 구명조끼나 부유물을 발견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가 동료들 모르게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에서 작업했을 수도 있지만, 선내 폐쇄회로(CC)TV 고장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해경과 국방부는 사건 발생 1년 9개월 만인 지난 16일 자진 월북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그러면서도 월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진 않았다. 두 기관은 앞서 제시했던 자진 월북 근거를 내치지 않았으며,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새로운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해경은 이씨가 사망한 지 이틀 만인 2020년 9월 24일 실족과 극단 선택,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닷새 뒤에는 월북에 무게를 뒀다. 그리고 사건 발생 한 달 뒤 이씨가 실종 직전까지 도박을 하고 막대한 채무도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유족은 그러나 월북이나 극단 선택 가능성은 없다며 군과 해경 조사가 꾸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월북 가능성을 부인하는 동료들의 진술을 공개하며 "누군가 지시에 의해 조작된 수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