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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도 울고 가는 음성 체리… 일교차가 키운 내륙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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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는 ‘충청복(福)도’로도 불린다. 태풍·폭설·폭우·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다른 지역보다 덜하고, 맑은 공기와 기름진 땅 덕분에 사과·배·복숭아·포도·대추 등 '전국구 과일'이 유독 많다. 최근엔 체리가 전국구 과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경북 경주에서 가져온 묘목으로 재배가 시작됐지만, 월등한 기후 조건을 바탕으로 이제는 '원조 체리'를 위협하고 있다.
13일 충북 음성군 소이면 갑산리로 접어들자 길 양쪽으로 보기 드문 나무들이 도열해 있었다. 가지에 달린 빨간 열매들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충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체리마을이란 이름에 맞게 조성된 체리 나무 가로수”라며 “이곳에선 2010년부터 체리축제도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갑산 체리마을 축제는 국내 최초의 체리 축제이자, 일본의 체리 축제보다도 먼저 열렸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3년 만인 지난 11일과 12일 다시 축제가 열렸다.
음성 전체 체리 농가의 절반은 갑산을 중심으로 몰려 있다. 충북의 체리 재배 면적은 2020년 기준 101ha 수준으로, 영동이 25㏊로 가장 넓고, 청주(18.8㏊), 음성(14.8㏊), 옥천(11.7㏊) 순이다. 20여 농가가 체리 농사를 짓고 있는 음성의 체리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체계적인 홍보와 브랜드 관리로 지역을 알리는 또 하나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지역 농부 이보섭씨가 1992년 경주에서 묘목을 가져와 농사를 시작한 게 이 지역 체리 농사의 시초다.
체리가 영하 20도의 기온도 이겨낸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배 지역은 경주에서 계속 북상 중이다. 현재는 북한 접경인 경기 파주에서도 재배된다. 그러나 재배 면적 기준으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는 곳은 충북이다.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전국의 체리 재배 면적은 2016년 336㏊에서 2020년 845㏊로 1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 재배면적(29㏊→101㏊)은 250% 급증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귀농인 중심으로 체리 재배 면적이 증가했다”며 “다른 과일보다 적은 노력으로 더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로 알려지면서 최근엔 복숭아와 사과 농가 사이에서 대체 작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에서 체리 재배 면적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과육의 식감과 당도는 수확기 날씨가 결정하는데, 충북의 기상 조건이 체리와 '찰떡궁합'이라는 것이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충북은 유일하게 바다를 끼지 않은 내륙에 자리 잡은 탓에 전반적으로 일교차가 크다”며 “체리 수확기에 큰 일교차가 발생해 체리 재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내에서도 음성군의 일교차는 두드러진다. 농업기술원이 음성과 국내 체리 재배의 원조인 경주의 일교차를 비교 분석한 결과, 체리가 익어 출하되는 올해 6월 상순(1~13일) 음성의 일교차는 경주를 압도했다. 13일 중 음성의 일교차가 더 컸던 날은 열흘에 달했다.
음성을 찾는 경주의 체리 농가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4년 전 서울의 한 대형 출판사에서 기획 업무를 하다가 귀농한 어성희(36)씨는 “과일이 커지는 시기(과대기)와 완숙기에 일교차가 크면 과육은 탱탱해지고, 당도는 올라가는데, 경주 체리 농가들이 이곳의 비옥한 토질과 타 지역을 압도하는 일교차를 보고는 부러움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선 접을 붙여 심은 지 3년이 지나면 체리 열매를 맺는다. 어씨의 농장 체리 당도는 지난해 22브릭스(100g당 농도)를 기록해, 잘 익은 수박 당도의 2배에 달했다.
귀농이 줄을 잇고, 고령화한 농촌에서 체리 농사가 각광 받자 충북도는 농업기술원에 체리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품 개량과 재배 기술 개발 등 지원에 나섰다. 기술원 관계자는 “2019년 1만9,000톤에 달하던 체리 수입량은 국산 체리 생산 증가로 2020년에는 20%가량 감소했다”며 “충북 지역의 체리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국가 경제는 물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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