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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미국 기름값, 70년 '셀프 주유 금지' 전통 뉴저지 흔들다

입력
2022.06.19 12:30
수정
2022.06.19 13:4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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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서 스스로 주유하면 벌금 500달러
1949년부터 주유원 주유 의무화...오리건도
휘발윳값 상승·주유원 구인난에 전통 흔들

미국 뉴저지주 엣지워터에 있는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엣지워터=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 엣지워터에 있는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엣지워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미국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던 중 95번 고속도로에서 낭패를 당한 일이 있다. 운전하던 차량 기름이 떨어져 뉴저지주(州) 주유소에 들어가 주유를 하는 데 1시간 넘게 소요돼 일정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하나, 주유원 부족이었다. 기름을 넣는 주유기는 6대가 있었지만 종업원은 단 1명. 그가 여기저기 줄을 옮겨가며 기름을 넣어줬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늘어졌다. 미국의 다른 주유소처럼 빈 주유기에서 직접 기름을 넣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뉴저지에선 ‘셀프 서비스 주유’가 불법이다. 벌금이 최대 500달러나 된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뉴저지 주유소의 70년 넘는 셀프 주유 금지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낮추기 위해 셀프 주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원칙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18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 처음으로 주유소가 등장한 것은 1900년대 초다. 이후 셀프 주유기는 1915년쯤 처음 설치됐는데 주로 비상시나 주유소가 문을 닫은 뒤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람들은 동전을 넣고 선결제를 한 뒤 셀프 주유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유와 함께 차량 정비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하던 ‘풀 서비스’ 주유소 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이들은 “훈련을 받지 않은 운전자들이 탱크를 가득 채우다 화재를 일으킬 것”이라며 셀프 서비스 안전 위험을 제기했다. 결국 1968년까지 미국 23개 주에서 셀프 주유가 금지됐다.

이후 스웨덴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셀프 주유가 주유원 인건비 절약 등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다시 셀프 주유소가 확산됐다. 차량 정비를 주유소 정비업체가 아닌 차량 판매 딜러숍에서 하도록 하는 보증제도도 풀 서비스 주유소 쇠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해서 1992년까지 미국 주유소의 80%가 셀프 주유 형태로 바뀌었다. 1972년 8%에 불과했던 게 20년 사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금은 주유를 대신 해주는 곳을 찾기 힘들다.

미국에서 셀프 주유가 허용되지 않는 주는 뉴저지와 오리건 2곳뿐이다. 오리건의 경우 2018년 금지령이 완화돼 인구 4만 명 이하 시골 카운티에서는 셀프 주유가 허용됐다.

1949년부터 셀프 주유를 금지한 뉴저지는 다르다. CNN은 “주 상원의장은 셀프 주유 금지를 끝내자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며 “뉴저지가 운전자들이 스스로 기름을 넣을 수 있게 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전했다.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서도 뉴저지 주민의 73%가 주유원이 기름을 넣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다만 기록적인 기름 가격 상승과 주유원 부족 때문에 뉴저지 주유소 업계는 셀프 주유 금지령 해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뉴저지주 75개 주유소는 휘발유를 1갤런(3.78L)당 15센트(약 194원)씩 낮춰 판매했다. 셀프 주유를 하게 되면 이처럼 주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상징적인 조치였다. 이날 현재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갤런에 4.989달러이고, 뉴저지는 5.010달러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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