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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치료약의 3분의 1이 이뇨제인 까닭은?

입력
2022.06.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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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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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시대 이후 인간이 만든 약의 3분의 1이 이뇨제다. 또한 이뇨 성분이 있는 차ㆍ카페인ㆍ메밀 같은 식품 외에 수은까지도 이뇨 목적으로 사용됐다.

현대 의학은 소변의 생성 메커니즘을 많이 알고 있으므로 이뇨제를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안다.

하지만 콩팥이나 소변에 대해 잘 몰랐던 시대에도 이뇨제나 이뇨 성분이 있는 식품들을 치료에 활용했다. 옛날 사람들도 소변을 많이 내보내는 것이 부종을 완화하고,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짜게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고 말하면 “짜게 먹더라도 물을 많이 먹으면 소금이 희석되므로 몸을 지킬 수 있지 않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혈액 속의 소금 농도는 0.9%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농도는 짜게 먹으면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물을 많이 마시면 감소할 수 있으나 곧 0.9%로 회복한다.

짜게 먹고 난 뒤 목이 말라 물을 들이켰던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이는 증가한 소금 농도를 낮추는 데 필요한 물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짜게 먹은 뒤 물을 많이 마시면 혈액의 양이 증가한다. 혈관은 어느 정도 탄력은 있지만 기본 용적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그 안을 채우는 혈액의 양이 증가하면 혈관이 받는 압력(혈압)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혈관이 받는 압력이 일정한 기준(140/90㎜Hg, 고위험 고혈압은 130/80㎜Hg)을 넘어서는 것이 고혈압이다.

‘국제 질병 부담(GBD)’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은 현대인의 건강 위험 요인 1위다. 이 고혈압의 중요한 발생 원인이 소금 과다 섭취다. 또 소금은 고혈압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혈관을 망가트리기도 한다.

몸에 들어온 과도한 소금을 빨리 내보낼 방법은 없을까? 음식으로 섭취한 소금 ‘대부분’을 소변이나 땀 등으로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3~4일 걸린다. 예를 들어 오늘 10g 섭취한 소금은 내일까지 절반(5g)이 배출되고, 다시 하루 뒤에 절반(2.5g)이 나가며, 사흘째에 또 절반(1.25g)이 나간다.

문제는 하루만 소금을 먹고 그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매일 많은 양의 소금을 먹으면 배출되기 전까지 일부는 피부에 저장되기도 한다.

소금 농도가 급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외에 인체 세포나 세포 사이에 있던 물들이 혈관 속으로 들어온다. 또한 심장ㆍ다리ㆍ배 등이 붓는 현상(부종)도 생기며 소변의 양이 늘기도 한다.

이뇨제를 먹으면 소변을 더 많이 만들어 몸 밖으로 배출하므로 부종이 빠지고 혈압이 개선되며, 체중 감량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한때 이뇨제를 다이어트 목적으로 오ㆍ남용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들도 있었다.

1930년대 설파계 항생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소변을 잘 본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그 안에 든 성분을 이용한 이뇨제들이 다양하게 개발됐다.

요즘 나오는 이뇨제들은 약효가 좋고, 부작용은 적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 놓고 짜게 먹어 고혈압ㆍ만성콩팥병ㆍ부종 등이 생긴 뒤 이뇨제로 해결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짜게 먹고 나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과도한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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