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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해 CRPS 후유증 입고도 배상하게 된 학교폭력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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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뭐라고요? 제 아들이 학교 폭력 피해자인데 가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요?"
14일 서울서부지법 법정에 피고로 나온 A(54)씨는 판사가 "원고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주문을 낭독하자 울먹이며 되물었다. A씨 옆에는 전동 휠체어를 탄 채 '저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신체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희소병) 환자입니다. 스치기만 해도 고통스럽습니다'라는 팻말을 목에 건 아들 B(21)씨가 함께 있었다.
판결문에는 A씨 모자의 사연이 나와 있다. B씨는 중학교 1학년이던 2014년 4월 서울 마포구 소재 학원에서 동급생이던 C씨와 말다툼을 하게 됐다. C씨는 "맞짱을 뜨자"는 제안을 거절한 B씨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B씨는 황급히 자리를 피해 셔틀버스를 타러 갔지만, 주차장 부근에서 기다리던 C씨는 B씨를 재차 폭행하고 가슴을 밀쳤다. 차도로 밀려난 B씨는 지나가던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B씨는 복부와 무릎, 발목 관절 등에 전치 4주 상해를 입었고, 이후 통증이 점점 심해져 그해 겨울 CRPS 진단을 받았다.
정작 A씨를 형사고소한 건 C씨 가족이었다. A씨가 사건 발생 20여일 뒤 학원 원장 등에게 관리 부실 문제를 따지다가 "C씨는 학교에서도 폭력을 몇 번 휘두른 애다. 애가 그러다 보니 교장, 교감 선생님도 애를 감싸지 않고 알아서 하라며 내쳤다"고 말해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A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인정했고, C씨가 당시 입학한 지 두 달 정도밖에 안 돼 별다른 폭력 전력이 없었던 점을 반영해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7년 8월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확정했다. 그러나 A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당시 아이를 돌보느라 법원에서 사실 관계를 다툴 여유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C씨 가족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C씨뿐 아니라 부모와 동생, 할머니, 외할머니까지 모두 6명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A씨 모자를 상대로 5,5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지난 14일 A씨 모자의 사정을 감안해 C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의 배상 청구는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C씨 가족이 대부분 부담하도록 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배상금까지 지급하게 된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법정 앞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A씨는 "도대체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며 "법이 삶을 정지시키고 있어 속이 터질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그 사람들이 우리를 괴롭히려고 소송하는 것"이라며 "정작 우리 아들을 폭행한 애는 소년범이라 보호해야 한다며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C씨는 폭행치상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소년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됐다. 소년보호사건은 보호처분 결정문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가해자가 어떤 결정을 받았는지 피해자도 알 수 없다. C씨는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서 사회봉사 5일 처분을 받았다.
A씨 모자는 차량 운전자 측 보험사로부터 통상의 진료비 정도만 받고 있고, 입원 등으로 인한 치료비는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치료비 부담으로 집도 매각했다. A씨는 아들인 B씨가 장애인으로 인정된 2017년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C씨는 변호인을 11명이나 고용했지만, 우리는 경제적 문제로 변호인을 선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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