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우크라 상생 협력, 탈(脫)탄소에 달렸다

입력
2022.06.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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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르비우의 발전소. 연합뉴스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르비우의 발전소. 연합뉴스

코로나19 때문에 3년 만에 열린 독일 하노버산업전시회(5월 30일~6월 2일)에 다녀왔다. 절연유와 함께 소용량 전기저장장치(ESS)를 출품했는데, 예상 밖 큰 관심에 깜짝 놀랐다. 유럽은 이상기후로 전기료가 이미 꽤 올랐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최근 더 큰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역에 따라서는 순간 정전현상도 빈발, 야외 레저용뿐만 아니라 긴급상황이나 재난에 대비한 가정용 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시회에서 전력망 설치 및 유지보수 사업을 하는 우크라이나 기업인을 만났다. 그는 전쟁이 끝나 폐허가 된 도시를 복구할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 및 분산형 전원망이 필요할 텐데 한국이 그 분야에 매우 강하다고 하니 무척 관심을 보였다.

여당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후 복구 지원을 논의했고, 우크라이나 외교차관도 곧 방한해 전기차 지원을 요청한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전기차 지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충전기가 없으면 전기차는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충전기까지 지원하면 될까? 발전소와 기존 전력망이 상당수 파괴된 만큼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필요한 전력을 얻는 게 합리적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를 복구할 때, 과거처럼 탄소를 유발하는 전력원 대신 재생에너지망으로 바꾸는 걸 우리가 도와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백지에 그림 그리듯 완전히 새롭게 분산형 융복합 재생에너지망을 구축하면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고, 러시아 화석연료에도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게 된다.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리튬이온 배터리로 만든 ESS 중심의 융복합 재생에너지망은 우리 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휴대형 또는 이동식 긴급 전력시스템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지원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NCM 2차전지 생산에 절대 필요한 리튬, 망간, 흑연 등의 세계적 매장국이다. 우리나라가 강한 2차전지 기반 재생에너지망 구축 및 운영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로부터 이 자원을 공급받는다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한국형 재생에너지망 제조 공장을 세워 유럽 전체에 공급한다면 두 나라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시작은 우리가 제일 잘하면서 상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가 돼야 한다. 그게 전력 분야이고 융복합 재생에너지망 분야이다.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가 상호 협력관계를 심화시켜 탄소중립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남준희 굿바이카(주)대표·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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