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해경 '수사 전부터 월북 결론' 양심선언"

입력
2022.06.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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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정권 교체 직전 해경 의원실 찾아와 양심선언" 주장
'월북 추정' 해경 근거 조목조목 반박
"지금도 1차 자료 열람 가능...민주당 특위 동의해야"

국회 정보위 하태경 국민의힘 간사가 4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결과, 핵·미사일 동향 등 국정원 보고에 대한 긴급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 정보위 하태경 국민의힘 간사가 4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결과, 핵·미사일 동향 등 국정원 보고에 대한 긴급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해양경찰청의 입장 번복을 두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17일 "해경이 '수사 전부터 이미 월북 결론이 나있었다'고 양심선언했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으로 바뀌기 직전에 해경 관계자가 하 의원 사무실로 찾아와 이같이 보고했다는 것이다. 해경은 그동안 피살된 공무원 A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했지만, 전날 최종 발표에서 "월북을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번복했다.

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시작하기 전에 이미 월북이라는 큰 방향성에 결론이 나 있었고, 이걸 정당화하기 위해서 나머지는 억지로 짜맞춘 수사"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월북자로 단정하기 위해서 몰아갔다는 말이다.

해경은 실종 8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이 주요 근거였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한달여 만에 해경은 입장을 바꿨고, 국방부도 이날 "(과거)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고 밝혔다.

국방 기밀 자료 열람 후 문제제기? "제가 엄청 했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간 발표 당시 해경이 제시한 월북 증거는 대략 4가지다. △거액의 도박 빚 △실종 당시 구명조끼 착용 △실종 당일의 조류 △북한군 감청에서 드러난 A씨의 '월북 의사' 진술 등이다. 하 의원은 "월북으로 몰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증거들만 뽑아서 발표를 한 것"이라며 당시 해경이 중간 보고에서 제시한 증거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먼저 A씨의 도박 빚은 공무원 수입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변제 가능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하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서 (해경이 A씨) 도박 빚을 두 배 이상 과장했다고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실종 당일 A씨가 착용한 구명조끼. 하 의원은 "구명조끼가 두 종류인데 훨씬 더 좋은 성능의 조끼는 방에 그대로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 실종 후) 선원 진술서를 받았는데 한 명(진술)이 '이 분은 월북이 아니다. 방수복(조끼)을 입지 않고 바다에 들어갔다'는 거"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사건 당일 조류 흐름상 북한까지 '흘러 들어갈 수는 없다'는 해경의 1차 발표 역시 "2차 발표 때는 조류가 북쪽 방향이었다고 말이 바뀌었다"고 정정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이 월북으로 추정된 결정적 증거는 우리 군의 북한군 감청 정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국민의힘도 국방위에서 여야 의원이 (군의 기밀자료를) 열람했고 열람 후에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 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 의원은 "내가 얼마나 문제제기 했는데, 그렇게 거짓말하냐"며 적극 반박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 동의하면 1차 자료 열람 가능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1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했다. 사진은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020년 10월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보공개 청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1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했다. 사진은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020년 10월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보공개 청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 의원 설명에 따르면, 해당 기밀 자료는 "본인 육성이 녹음된 것도 아니고 북한 군인들끼리 보고하는 과정에 그게 감청이 된 것"이다. 당시 국방위 자료 열람 때 '북한군이 A씨의 신상정보를 자세히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월북 의사를 확인했다'는 감청 내용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국방장관이 월북이라고 거의 100% 단정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하 의원은 "총 들고 물어보는데 본인 신상정보를 얘기 안 하냐"며 "살기 위해서 생존 본능상 (월북하겠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월북이라고 단정할 만한 근거가 될 수 없는 건데 그거 하나만 가지고 월북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는 '남북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해당 사건이 남북관계 경색 가능성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자 관련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했다. 기록물은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 후 15년간 봉인된다. 하 의원은 그러나, 당시 국방부의 북한군 감청 자료, 해경의 1차 조사자료는 각각 국방부와 해경에 귀속돼 "민주당이 동의를 해"주면 지금이라도 "열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 특위를 국회 차원에서 공식 합의해서 특위를 만들면 그런 비공개 자료를 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하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런 비난에서 자기가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결백하다고 생각을 하면 본인이 (대통령 기록물 해제를) 요청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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