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와 결별' 천명한 민주 재선들... "문자폭탄·좌표찍기 반대"

입력
2022.06.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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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사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들이 16일 당 쇄신 일환으로 문자폭탄, 18원 후원금 등 강성 지지층의 배타적 팬덤행태에 대한 반대를 천명했다. 그간 '문파' '개딸' 등 일부 강경 지지층의 요구에 의해 의정활동 및 당의 주요 결정이 좌우되면서 민심이 등을 돌렸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재선의원 21명은 이날 국회에서 팬덤정치 극복 방안을 주제로 한 논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모았다고 재선의원 모임의 대변인 강병원 의원이 전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 폭력, 욕설, 좌표 찍기, 문자 폭탄, 색깔론 등을 배타적 팬덤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아울러 당 차원의 디지털 윤리강령 제정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대표 후보들에게도 배타적 팬덤에 대한 입장 천명과 과감한 결별을 요구하기로 했다.

'배타적 팬덤'의 정의에 대해 강 의원은 "'아미(BTS의 팬클럽)'가 BTS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그렇다고 아미가 블랙핑크에게 좌표를 찍고 문자공격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팬덤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의견을 가진 정치세력에 대해 언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치문화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배타적 팬덤과 결별하고, 배타적 팬덤에 끌려가는 정당이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가 살아나고 소통될 수 있게, 의사 결정이 민주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난해 4월 9일 국회에서 4·7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민주당이 그간 오만했다"며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후 초선의원들에게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한동안 쏟아졌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난해 4월 9일 국회에서 4·7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민주당이 그간 오만했다"며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후 초선의원들에게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한동안 쏟아졌다. 오대근 기자


친문, '초선 5적' 문자폭탄 방치... "뒷북" 지적도

현안에 견해가 다른 의원들을 겨냥한 문자폭탄 등 극성 지지층의 행태는 민주당에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공격하는 문자폭탄이 극성을 부렸는데, 당시 문재인 후보는 이를 '양념'이라며 옹호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서 정부와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원들이 '문파'로 불리는 강성 친문 지지층의 폭탄으로 몸살을 앓는 계기로 작용했다. 문파들은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 후 '조국 사태'를 사과했던 초선의원 5명을 겨냥해 '초선 5적'이라는 이름을 붙여 문자폭탄을 통해 린치를 가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당내 주도권 유지를 위해 문자폭탄을 방치하면서 사실상 활용했던 친문재인계가 지금은 '개딸'로 불리는 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층의 표적이 되자 이제서야 문제를 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강 의원은 '문파도 과거에 문자폭탄을 보내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그렇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의원총회에서도 과거의 이런 일을 반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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