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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부활'부터 상속세 유예까지... 대규모 규제 완화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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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인데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 따오라면 되겠나.”(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3월 21일)
민간 중심 성장을 내건 윤석열 정부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기업 규제 완화 방안을 대거 담았다. 세제 완화·투자세액공제 확대·경제 형벌 축소 등 재계 요구를 수용하며 기업 기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산소호흡기 신세였던 원자력산업 부활도 예고했다. 하지만 모래주머니를 벗게 될 규제 완화 수혜 대상이 주로 대기업이어서 ‘재벌 봐주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시계’ 되감기에 나선 새 정부는 육성할 첨단 전략산업으로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과 함께 원자력을 꼽았다. 혁신형 소형원자로(SMR)와 4세대 원자로 등 미래 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주요 예비품도 미리 발주해 절벽 위에 선 원자력산업 생태계 회복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운영 허가 만료를 앞둔 원전도 계속 운전하도록 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해 현재 23.9%로 계획된 원전 발전 비중(2030년 기준)도 상향 조정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에 나서겠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그러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원전 수출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며 “세계 경제 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입찰에 나선 체코·폴란드가 원전 사업을 계속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정부는 2012년까지 원전 10기, 2030년까지 80기 수출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이제까지 성사된 계약은 한 건도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대규모 규제 완화책도 발표했다.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가 늘면 고용 활성화→노동자 소득 확대→소비 회복→투자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거란 논리다.
하지만 규제 완화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출액·구매액이 40억 원을 웃도는 사업자 중 1개 기업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기업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사실상 독과점 상태라 더 많은 금지 규정을 적용받는데 이번에 매출액·구매액 기준을 상향 조정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지분 소유 등 경제력 집중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매년 제출받는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도 좁히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의무를 명확히 하는 등 경제 형벌 합리화도 추진한다.
세금 완화 역시 주요 기업 규제 완화 방안 중 하나다. 우선 일정 요건을 갖추고 가업 승계를 받은 상속인에겐 양도·상속·증여 시점까지 상속세를 납부 유예하는 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가업 승계 대상 기업 매출액 기준은 4,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확대하고 사후 관리 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줄인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법인세를 냈다면 이후 남는 돈을 모회사에 배당하더라도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소득으로 쳐 법인세를 매겼는데 이중과세 문제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재계에서 계속 요청했던 투자상생협력촉진세도 폐지한다. 이는 기업이 투자와 임금 증가, 중소기업 상생 협력 등으로 지출한 금액이 일정 비중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달액의 20%를 법인세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도 확대해 대기업(6~10%)에 대해서도 중견기업(8~12%)과 같은 수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외 배당금이나 상속세, 경제 형벌 축소 등 상당수 정책이 대기업과 관련 있는 만큼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몇 년간 위축됐던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민간 경제 활력을 높이려는 차원”이라며 “대기업 감세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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