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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월북했다더니... 2년 뒤 말 바꾼 해경과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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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던 국방부와 해양경찰이 1년 9개월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6일 인천해경서에서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사망 당시 47세)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2020년 9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숨진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당시는 수사 진행 단계였다"면서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한 결과 최종적으로 월북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도 이날 사망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윤형진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은 "(2020년) 9월 24일 기자단 질의응답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 측은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됐을 당시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정황이 있었다는 당시 발표에 대해선 "다양한 첩보를 통해 추정한 내용이었다"며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남북 공동 재조사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당국은 지금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당시 북한 통신신호 감청정보 등의 첩보를 분석하고, 해경은 국방부에서 제공한 정보에 자체적으로 수사한 내용을 더해 각각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렸지만, 두 기관 모두 이날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보안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고, 공무원 이씨와 비슷한 크기의 인체 모형(더미)을 해상에 띄우고 이씨의 도박빚 규모까지 공개했던 해경도 번복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해경 내부에선 수뇌부와 정부 양쪽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방청의 한 간부는 "국방부가 당시 월북설을 먼저 제기한 상황에서 해경은 피해자나 피의자 조사 없이 군이 제공한 한정된 정보를 토대로 수사했을 뿐인데 가장 큰 책임을 해경이 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최종 수사결과를 해경 본청이 아니라 인천해경에서 발표한 것을 두고도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해경은 최근 숨진 이씨 유족에게 '수사를 중단한다'는 수사 결과를 통보했다. 해경 측은 "피의자가 북한 군인이라는 사실 이외에 이름, 소속, 소재 등이 특정되지 않아 불송치 결정했다"며 "남북 분단 상황으로 북한의 협조 등을 기대할 수 없고, 피의자에 대한 소환 기대 가능성이 전혀 없어 수사준칙에 의거해 수사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이씨의 유족이 국가안보실장, 해양경찰청장,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한 것과 관련해 "수사가 종결됨에 따라 항소를 취하하고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가안보실도 항소를 취하함에 따라 유족에게 국가안보나 개인정보 등을 제외한 보고서, 해수부 직원 진술조서, 초동수사 자료 등을 제공하라고 주문한 1심 판결이 확정될 예정이다.
숨진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동생은 월북한 게 아니라 근무 중 실족해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잘못한 부분을 확인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씨 등 유족들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북한 쪽으로 표류하다가, 이튿날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을 받아 숨졌다. 북한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이씨 시신을 불태웠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피격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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