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최초의 학생용 국어사전

입력
2022.06.17 04:30
25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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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종이 국어사전 판매량이 140% 증가하였는데 그중 초등학생들이 보는 사전이 많았다는 보도가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시간에 사용하거나 부족한 어휘력을 채우기 위해 종이사전을 샀다고 한다. '말모이' 원고부터 100년이 넘은 우리 사전 역사에서 학생용 국어사전은 언제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일제 강점기 심의린이 편찬한 '보통학교 조선어사전'(1925년)과 명문당에서 간행한 '초등교육 조선어 표준사전'(1938년)은 당시 '조선어' 교과서에 나온 단어들을 실어 학습 참고용 국어사전 역할을 했지만, 해방 후 나온 교과서 단어 외 본격적인 학생용 국어사전의 시초는 1946년 10월 9일 아동 문학가로도 활동한 이영철 선생이 펴낸 '학생조선어사전'이다.

이영철 선생은 '꾸민이의 말'에서 "글을 쓰고 배우려는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벗이 될 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사전을 벗처럼 가까이하라는 말씀으로 풀이된다. 이 사전 뜻풀이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오늘날 일상적인 뜻과는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나들이'는 '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처럼 남녀 구분 없이 '집을 떠나 가까운 곳에 잠시 다녀오는 일'이지만, 이 사전은 '부녀가 출입하는 것'으로 '부녀'로 한정하여 풀이했다.

이 사전을 감수한 이희승 선생은 머리말에서 해방 후 "어찌할 줄을 모르고 어리둥절하여 헤매던 사회 각 방면이 이제야 겨우 나아가야 할 목표를 확실히 찾아"내어 "아우성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다. 이 사전은 해방 후 우리말의 '아우성 소리'로, 척박한 시기 학생들에게 말벗을 만들어 준 최초의 사전이라는 의의를 두고 싶다.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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