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 중지... 유족 "착잡하다"

입력
2022.06.16 13:40
수정
2022.06.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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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공무원 친형 "수사 중지 통보 받아"
해경, 16일 오후 수사 결과 발표 예정
유족 측, 대통령 기록물도 공개해야

지난 2020년 9월 북측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형 이래진(왼쪽)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지난 2020년 9월 북측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형 이래진(왼쪽)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측에 피격돼 숨진 사건을 수사해 온 해양경찰이 1년 9개월 만인 최근 '수사를 중단한다'는 결과를 유족 측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는 16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해경으로부터 최근 (수사 중지 사실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해경은 지난 10일 수사결과 통지서를 유족에게 보냈다. 통지서에는 2020년 9월 21일 이씨가 북한군 피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경은 피의자인 북한 군인을 불송치 결정했다. 해경 측은 "피의자가 북한 군인이라는 사실 이외 이름, 소속, 소재 등이 특정되지 않았고 남북 분단 상황으로 북한의 협조 등을 기대할 수 없다"며 "피의자에 대한 소환 기대 가능성이 전혀 없어 검사와 상호 협력 수사준칙에 의거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이씨가 사망한 지 8일 만인 2020년 9월 2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경은 당시 월북 판단 근거로 ①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②북측에서 실종자 이름, 나이, 출신 등 인적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던 점 ③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④실종 지점인 서해 북단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⑤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헤엄을 치는 등 인위적 노력 없이는 발견 지점(등산곶)까지 표류할 수 없었던 점을 제시했다.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쪽으로 표류하다가, 이튿날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북한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이씨 시신을 불태웠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피격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국가안보실이 해당 사건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 대한 항소를 16일 취하한 것에 대해 "동생이 근무 중 실족해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될 때까지 지난 정부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힘들게 혼자 싸워왔는데 (정부에서 항소를 취하한다고 하니) 착잡하면서도 담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전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고법 재판부에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안보실과 함께 항소했던 해경도 재판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유족에게 정보를 일부 공개하라고 명한 1심 판결이 확정될 예정이다.

유족은 앞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양경찰청,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정부는 항소했다. 이래진씨는 "(일부 자료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공개 어려운 것에 대해선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라며 "헌재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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