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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레슨의 또 다른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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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시작했다. 6개월 동안 이어진 동료의 강력 추천 때문이었다. 마땅한 취미가 없었으니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 싶었다. 자신만만하게 첫 레슨에 임했다. 라켓 잡는 방법부터 배웠다. 이후 동작을 배우는데 몸이 따로 움직인다. 오른손으로 라켓을 잡고 스윙할 때는 왼쪽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라켓을 던지는 느낌으로, 어깨에 힘을 빼고 허리를 돌려서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허리를 돌려 스윙을 제대로 하면, 무릎이 엉망이고, 무릎과 허리를 신경 쓰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나도 답답한데, 옆에서 선생님의 고함과 잔소리가 이어진다. 그것도 반말로. 선생님 입장에서는 보통의 레슨이겠지만 그건 선생님 사정이고, 나는 예민해진다.
난 오늘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고, 당신은 선생님이니 초보자의 마음 따위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바로 옆에 있는데 굳이 큰소리로, 굳이 반말로 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하며 속으로 삼키다 보니 레슨이 끝났다. 집으로 가는 길에 테니스를 추천한 동료에게 카톡을 보냈다. "선생님이 너무 별로야, 그만둘까?" 하지만 나는 어른이다. 수강료 26만 원을 허공으로 날릴 순 없다. 26만 원 버는 게 얼마나 힘든데. 기분 나쁘고 짜증나더라도 한 달은 무조건 참는다.
2회 차, 3회 차, 4회 차 레슨에도 찝찝함은 지속됐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그것은 테니스에 재미를 붙였다는 것. 고민이 시작됐다. '테니스는 재밌고, 계속하고 싶은데 이 선생님과 계속해야 하나?' 테니스장을 옮기는 선택지도 있지만,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건 이곳뿐이다. 새로운 곳을 가자니,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20분 레슨 받겠다고 대중교통까지 이용해서 시간을 더 쓰고 싶지는 않은데. 안 되겠다 싶어 노트를 펼치고 펜을 쥐었다. 뭐든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는 머릿속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생각을 글로 끄집어내 놓아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내 고민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①테니스를 배우는 이유는? → 새로운 취미를 갖기 위해
②테니스를 배우고 있는 지금 나의 고민은? → 선생님의 고함과 반말에 감정 상함
③테니스를 잘 배우는 게 중요한가? 친절한 사람에게 배우는 게 중요한가? → 잘 배우는 것
④선생님은 왜 자꾸 내게 잔소리를 하는 것일까? → 수업에 대한 피드백
⑤선생님의 말투는 왜 이리 짧고, 목소리가 큰 것일까? → 모르겠다. 그런 사람인가 보다.
테니스를 배우는 이유는 새로운 취미를 갖기 위해서였다. 가장 중요했던 건 테니스를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 잘 가르쳐주는 일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있다. 가르치는 이의 말투나 태도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친절한 사람과 인연을 맺기 위해 테니스를 등록한 게 아니니, 엉뚱한 포인트에서 혼자 열받아 있었다. 그뿐인가? 반말과 높은 톤은 여전히 기분이 나쁘지만, 잔소리라 여겼던 건 배우는 입장에서는 피드백이었다.
이후 나는 네 번의 재등록을 했고, 지금도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여전히 불편한 지점이 있지만, 그때마다 내가 테니스를 배우는 목적은 테니스를 잘 배우기 위함이지 친절한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게 아님을 떠올린다. 목적과 감정을 분리한 이후 테니스 동작이 제법 익숙해졌고,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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