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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가 남자 88명과..." 진실 혹은 매도? [몰아보기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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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랑이었다. 두 사람은 열차에서 마주하자마자 서로에게 끌렸다. 공작 작위를 곧 이어받을 이언 캠벨(폴 베터니)은 이혼을 불사했다. 거부의 딸로 사교계의 여왕이었던 마거릿 위검(클레어 포이)은 이언의 저돌성이 싫지 않았다. 상류층인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언은 세 번째 결혼이었고, 마거릿은 두 번째 혼인이었다.
이언의 외양은 화려했다. 작위를 물려받으며 스코틀랜드 성과 영지까지 보유하게 됐다. 마거릿은 수선하는데 큰돈이 들어 남들은 애물단지로 여기는 성이 마음에 들었다. 성 단장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이언은 마거릿 아버지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돈을 끌어 쓸 수 있어 좋았다. 그는 수백 년 전 영지 바다에 가라앉은 스페인 옛 함선을 인양할 거금이 필요했다.
이언과 마거릿은 결혼하고서도 예전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고 서로의 이성관계를 구구절절 따지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나 사생활은 간섭하지 않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이언은 폭력적이었다. 술을 탐닉했고 가끔 약물에 절었다. 분노를 참지 못하면 폭력이 마거릿을 향했다. 마거릿은 그런 이언이 싫었으나 그럼에도 남편을 사랑했다. 이언은 사뭇 달랐다. 마거릿 아버지의 돈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시간이 지나고 이언이 바깥으로 도는 일이 많아지면서 마거릿 역시 다른 남자들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언제 파경에 이르러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었으나 부부의 연은 이어졌다. 하지만 마거릿 아버지는 더 이상 돈을 빌려줄 수 없었다. 건지면 보물선이라고 하나 함선 인양에 들어가는 돈은 끝이 없다. 이언은 작위라는 빈 껍질만 지녔다. 이언과 마거릿 사이엔 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잠재돼 있던 갈등은 오해로 결국 폭발했다. 이언은 이혼을 결심했다. 마거릿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언은 마거릿의 부정을 물고 늘어졌다. 마거릿이 외간남자 88명과 놀아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는 개의치 않았다. 때는 1960년대. 여론은 이언에게 더 호의적이었다. 이언의 혼외 관계는 그럴 수 있는 일이었으나 마거릿의 경우는 용납될 수 없었다. 독립적인 여성 마거릿은 이언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사랑은 어느새 전쟁이 됐다. 세상은 두 사람의 싸움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목했다.
드라마는 이언과 마거릿의 유별난 사연을 통해 당대를 돌아본다. 남녀끼리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고 사생아를 낳으면서도 근엄한 척 모두 비밀로 묻어버리는 상류층의 이중성, 신분 유지를 위해 재물에 집착하는 속물성 등이 묘사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상이 포개지기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언과 마거릿의 사랑과 이별은 당대를 떠들썩하게 할 만했다. 공작과 부호 딸이 치정을 빌미로 이혼법정에 선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는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당시 일어났던 일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전하려고 한다. 남성의 부정에 관대했던 당시 사회 인식, 마거릿의 억울함 등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클레어 포이와 폴 베터니의 연기만으로도 흡입력을 얻는다. 육체적인 관계를 즐기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려는 마거릿, 불량한 듯하면서도 교양을 챙기는 이언의 면면이 두 배우의 호연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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