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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비겁한 연금논쟁

입력
2022.06.16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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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금개혁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제대로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사회 곳곳에 개혁의 장애물들이 버티고 있어서다. 재정계산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깜깜이 그 자체다. 국민연금보다 재정 상태가 훨씬 더 열악하니, 제대로 된 재정계산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함에도 이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우리는 아직도 연금받는 액수를 강조하고 있다. 복지 전공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비교지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지출 비율이다. 앞으로 50년 뒤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현재 연금지출 비율에도 도달하지 못할 나라가 우리인데, 무슨 재정안정 타령이냐는 주장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우리의 GDP 대비 연금지출 비중이 낮은 이유는 제도 역사가 짧아서다. 최소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고도 만 62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연금 수급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도 이제 수급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6년 전만 해도 국민연금 수급자 100만 명이 늘어나는 데 4년 8개월 걸렸다. 최근에는 2년으로 단축되면서 총 수급자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총인구는 줄어드는데, 2030년 877만 명, 2050년에 가면 1,628만 명으로 수급자가 늘어난다. 덩달아 연금지출도 급증한다. 2020년 GDP 대비 2%에 못 미치던 비율이 2050년 6.1%, 2080년에는 10.8%로 전망된다. 기초연금을 월 30만 원으로 동결해도 2050년에 가면 GDP 대비 2.5%, 2080년에는 3.5%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치면 2080년 GDP 대비 14.3%까지 늘어난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을 뺀 수치가 이 정도다.

700만 명이 넘는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전체 인구보다도 많다. 이들이 국민연금 수급자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0.81) 수치는 한 해에 70만∼100만 명 태어난 세대들을 26만 명 태어난 세대가 부양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상황에서 언제까지 공적연금 강화라는 명목으로 연금 더 주자고 할 것인가? 연금 작동원리를 잘 모르는 국민은 일부 전문가들의 연금을 더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실현 가능한 줄 안다.

그게 가능하다면, 독일은 왜 우리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면서도 지난 50년 동안 많게는 6배, 지금도 2배 이상 보험료를 부담해왔겠는가? 우리 국민연금의 2배 이상을 부담하는 일본 후생연금은 왜 부부가 함께 받는 기초연금까지 포함해서도 우리보다 적은 급여율인 50%(1가구 기준)를 목표로 하는가? 그렇게 운영하니 일본은 100년 뒤인 2122년에 가서도 1년치 지급할 돈이 있는 거다. 반면에 우리 국민연금은 지금으로부터 70년 뒤인 2092년까지 국민연금 누적적자가 경상가로 2경2,650조 원, 현재가로는 7,752조 원에 달한다.

2015년 연금통합을 달성한 일본 공무원연금은 더 부담하면서도 우리 공무원연금보다 훨씬 적게 지급한다. 10%포인트 이상 더 부담하는 핀란드 공무원연금은 우리가 지급하는 퇴직수당이 없는데도 연금을 훨씬 적게 지급한다. 연금논쟁이 제대로 된 팩트에서 출발해야만 하는 이유다. 바람과 현실을 혼동하며 팩트를 제대로 알리지 않다 보니, 포퓰리즘의 근원이 되고 있어 하는 말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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