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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 장수 비결요? 동물에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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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수의사, 사육사, 훈련사 등은 동물 관련 쉽게 떠올리는 직업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실제 영화감독, 출판사 대표, 웹툰 작가 등 다른 직업을 갖고 동물을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동물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만나 동물 관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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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해 책을 읽고, 책을 내는 직업이 있다. 동물 관련 책을 세상에 선보이는 출판물전문가다.
'단군 이래 쭉 불황'이라는 출판시장에 최근 동물 책이 풍년이다. 반려동물 양육 정보를 담은 실용서부터 에세이, 동물 법이나 복지 문제를 다룬 전문서적까지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이는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동물 책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부터 16년째 오로지 동물 책을 내는 출판사가 있다. 그것도 기획부터 저자 섭외, 편집, 마케팅까지 혼자 하는 1인 출판사다. 귀엽고 예쁜 동물을 다룬 책만 내지도 않는다. 유기동물, 동물쇼,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펫로스)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지금까지 55권의 책을 출간한 책공장더불어를 이끄는 김보경(54) 대표를 서울 성북구 고양이책 전문서점 '책보냥'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를 바꾼다"며 "결국 동물의 삶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처음 동물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책을 내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잡지사 기자로 활동하던 중 반려견 '찡이'가 떠났다. 책으로 헛헛한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지만 관련 책을 찾을 수 없었다. 외서를 찾아 읽었고 큰 위안을 받았다. 나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겠구나 싶어 책을 내게 됐다. 첫 책은 2006년 11월 애니멀커뮤니케이터 리디아 히비가 쓴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번역본이다. 책을 출간한 후에도 '안 되면 접자'고 생각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책공장더불어만의 출간 기준이 있다면.
"시중에 반려동물 관련 책은 많지만 농장동물, 전시동물, 실험동물 등을 다룬 책은 없었다. 사회는 사람을 위한다는 이유로 농장, 전시, 실험동물 학대를 용인하고 있다. 이처럼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나. 책이 독자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고, 이는 사회 변화로 이어지고, 결국 동물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가장 잘 팔리는 책, 안 팔리는 책은.
"아직 절판된 책이 없다. 필요로 한 사람이 있어 낸 책이니 절판하지 말자는 게 목표다. 물류비, 재계약비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게 힘들어지면 출판사를 그만할 때가 된 거라고 본다.
반려동물 관련 책이 잘 나가는 편이다. 하지만 잘 팔릴까 고민했던 책 중에서도 꾸준히 팔리는 책이 있다. 소, 돼지 매몰 문제를 다룬 '묻다', 동물학대를 사회학, 철학적으로 다룬 '동물학대 사회학’ 등이다.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책의 2쇄, 3쇄를 찍을 때 희열이 있다.
아픈 손가락은 대만의 한 생태작가가 동네에서 떠도는 개들을 2년간 관찰해서 쓴 '버려진 개들의 언덕'이다. 책이 잘 안 나가니 사람들이 슬픈 얘기보다 행복한 얘기를 원하는 구나 싶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출판업을 모르고 순간적으로 뛰어들었는데 결국 직업이 됐다. 1인 출판은 기획부터 저자 섭외, 편집작업, 저자와의 소통, 디자인, 제작, 마케팅, 영업까지 해야 한다.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꾸준히 신간을 내야 매출이 생기고, 인건비가 나온다. 1년에 4, 5권은 내려고 노력한다.
수익은 나지만 아직 잡지사 다닐 때 월급까진 못 받고 있다.(웃음) 온라인 채널이 없었다면 책을 알리기 어려웠을 텐데 다행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전자책을 내지 않는 이유가 있나.
"독자들이 소장하고 싶고 또 필요한 순간 언제라도 꺼내 볼 수 있도록 책장에 꽂혀있는 책이 되길 바라고 있어서다. 손때 묻은 책들이 좋다.
책공장더불어의 모든 책은 재생지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코끼리 똥을 모아 만드는 종이책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3쇄를 찍었다. 스리랑카 사회적기업 '막시무스'와 제작해 수익은 현지 일자리 제공과 코끼리 보호를 위해 쓰인다."
-대형 출판사도 동물 책을 쏟아내는데 위기감은 없나.
"큰 출판사가 뛰어든다는 거는 그만큼 동물 책 독자가 있다는 걸 뜻한다. 대형 출판사 동물 책 신간이 나오면 책공장더불어 책이 같이 언급되기도 하고, 서점 한편에 함께 진열되기도 한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책공장더불어만의 차별화된 책들도 많다.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시장을 뺏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비 동물 출판물전문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물 출판물전문가는 동물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마이크 역할을 한다. 동물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정도에서 나아가 동물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동물 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읽기를 권한다. 또 처음부터 1인 출판에 뛰어들지 말고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배우거나 독립출판물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출판물전문가는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주제를 정하고 원고를 기획하고 작가 섭외, 편집, 마케팅, 영업, 제작 등에 참여한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것과 출판 관련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
먼저 출판사에 입사해 전반적인 출판업무와 환경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꼭 동물 이나 출판 관련 학과를 전공할 필요는 없다. 출판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사설기관이 운영하는 출판 기획 및 편집 교육과정 수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동물 책을 많이 읽고 동물 문제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편집이 쉬운 일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스티븐 킹은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다"라고 했다. 저자에게 계속 질문하고 소통하며 책을 완성하는 게 편집자의 역할이다.
도움말: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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