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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내달 사우디 방문” 공식 발표… 석유 증산 설득 나서나

입력
2022.06.15 01:48
수정
2022.06.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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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3~16일 이스라엘·사우디 순방
사우디서 '걸프협력회의+3' 정상회의
'왕따' 만들겠다던 사우디와 관계개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회 미주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회 미주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중순 중동 순방길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공식 발표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사우디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13~16일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중동 국가를 순방한다”며 “미국의 안보와 경제, 외교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파트너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을 찾는 건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먼저 이스라엘에 도착해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찾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도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후 사우디로 이동해 ‘걸프협력회의(GCC)+3(이집트ㆍ이라크ㆍ요르단)’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80년 가까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사우디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며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초청에 감사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우방이었으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관계가 냉랭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이자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강경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사우디 방문을 결정한 데는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인 러시아 석유가 국제 공급망에서 퇴출되면서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의 원유 증산 등 도움이 절실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일정 수행차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비행기 기내 브리핑에서 ‘사우디 방문이 유가 대응 차원이냐’는 질문에 “에너지 문제가 중요 이슈이지만 유일한 이슈는 아니다”라면서 “사우디는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양국 간 이익이 얽혀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와도 면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 안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인권 문제 대응에서 후퇴했다는 비판도 작지 않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빈살만 왕세자에게 카슈끄지 암살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묻는 말에 “인권 문제는 항상 대화의 한 부분이었으며 누구와 대화하느냐와는 무관하다”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전에 일어난 어떤 행위에도 눈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슈끄지 사건을 인권 문제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GCC+3’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바레인,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이라크,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도자들도 두루 만날 예정이다. 백악관은 “사우디 방문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양자, 역내, 세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여기엔 예멘 휴전 문제와 인프라, 기후 이니셔티브, 이란 위협 대응, 글로벌 에너지ㆍ식량 안보 등 역내 경제ㆍ안보 협력 확대 방안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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