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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고 끊기고 멈추고… 화물연대 파업 1주일, 피해 눈덩이

입력
2022.06.14 17:00

사진으로 본 화물연대 파업, 1주일 넘기면서 피해↑
철강에서부터 자동차, 항만, 수소충전소까지 '불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1주일째인 지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인천지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1주일째인 지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인천지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파업이 1주일을 넘겼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빚어진 물류 차질로 국내 산업계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야기된 1주일간 피해는 약 1조6,000억 원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장기화 가능성이다. 화물연대에선 △안전운임제 확대 및 일몰조항 폐지 △운송료 인상 △지입제(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한 차주 간 계약)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및 산재보험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과 함께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이에 대해 화주협의회 측은 "안전운임제 자체가 강제적이다"며 "일률적인 운임 산정이나 강제보다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맞선 상태다. 이 가운데서도 정부의 중재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그 사이, 쌓인 피해는 국내 주요 사업장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쌓인 재고에 공장 가동도 세운 철강업계

화물연대 총파업 1주일째인 지난 13일 오전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선재와 냉연공장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포항제철소는 생산된 제품을 더 이상 적치·보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뉴스1

화물연대 총파업 1주일째인 지난 13일 오전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선재와 냉연공장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포항제철소는 생산된 제품을 더 이상 적치·보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뉴스1

당장, 철강업계에선 누적된 재고에 공장 가동을 멈췄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부터 지난 13일 포항제철소의 선재 생산시설 전체와 냉연공장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제품 출하가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내 선재 창고는 출하하지 못한 선재로 채워졌다. 이외 철강 제품은 인근 도로 곳곳까지 점령한 상태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매일 9,000톤(t)가량을 내부에서 쌓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세아제강 등을 포함한 철강 업체들도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진 물류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죽을 맛'

화물연대 총파업 1주일째인 지난 13일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 2공장에서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은 완성차를 직원들이 직접 운전해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1주일째인 지난 13일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 2공장에서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은 완성차를 직원들이 직접 운전해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동차업계 역시 '죽을 맛'이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이미 자동차 생산이 지연된 데다, 완성차량을 대리점이나 고객에게 운반할 탁송 차량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중고인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운송을 전담해온 기사의 70%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이다 보니, 피해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부품 반입 등의 이유로 5,4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해 총 2,571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항만 또한 '몸살'

화물연대 총파업 1주일째인 지난 13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들이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화물연대 총파업 1주일째인 지난 13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들이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수출입 관문인 항만 또한 몸살을 앓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입품이 컨테이너 차량을 통해 운반되지 못하면서다. 화주들은 수출화물과 수입화물을 제때 선적하거나 반출하지 못하면서 발만 구르고 있다. 항만에 쌓이는 물류 터미널 운영의 효율성 저하도 숙제다. 부산항의 경우 파업 첫날(7일) 73.4%였던 터미널 장치율이 13일 오후엔 79.6%로 상승했다. 1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번 파업과 연관, 화주들로부터 총 236건의 애로사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수출 관련이 151건(64.0%)으로 집계된 가운데 △납품 지연 63건(26.7%) △위약금 발생 37건(15.7%) △선박 선적 차질 51건(21.6%) 등이 주된 어려움으로 지목됐다. 아울러 수입과 관련해선 △원자재 조달 차질 31건(13.1%) △생산 중단 22건(9.3%) △물류비 증가 32건(13.6%) 등이 불편한 내용으로 신고됐다.

수소 충전소에도 직격탄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지난 1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이의동 한 수소충전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20여 곳의 전국 수소충전소 운영도 중단됐다. 뉴시스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지난 1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이의동 한 수소충전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20여 곳의 전국 수소충전소 운영도 중단됐다. 뉴시스

직격탄은 수소충전소에도 떨어졌다. 물량 공급 차질로 인해 수소충전소들까지 줄줄이 문을 닫고 있어서다. 인천시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천 수소충전소 5곳 중 4곳의 운영이 중단됐다. 수소충전소 운영 중단 사태는 인천의 주요 수소 공급처인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진출입로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봉쇄되면서 발생했다. 수소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없어, 소진 시 1, 2일 이내에 튜브 트레일러로 수소를 공급해야만 충전소 운영이 가능하다. 인천시는 수소충전소 운영업체와 수소 공급을 위한 긴급대응 회의를 열었지만, 파업사태 해결 없인 뾰족한 대책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지역 이외에도 여수나 울산, 대산 등에선 산업단지로부터 수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제한 충전에 나섰지만 원활치 못한 상황이다.

시멘트 업계 역시 '불똥'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고 있는 지난 13일 오후 경기 화성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고 있는 지난 13일 오후 경기 화성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불똥은 시멘트 업계에도 튀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에 차질이 생기자, 레미콘이나 건설현장에서도 도미노 셧다운(일시적 운영 중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전국 시멘트 업계 출하량은 0건으로 조사됐다. 협회 관계자는 "단 한 건의 출하도 없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보통 일요일 평균 출하량은 1만 톤 정도 된다. 파업 일주일째인 13일까지 누적 손실액은 912억 원으로 추산된다. 김영민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시멘트 업체들의 재고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해 파업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이번 주 말께는 킬른(소성로) 등 주요 생산 설비 가동이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가윤 인턴기자
김호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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