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원 구성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야당 협치 난망

입력
2022.06.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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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野 겨냥 발언에 與 입지는 축소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선이 확대하면서 정권 초 협치 환경 조성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 국세청장 임명 강행, 국무위원 국회 인사청문회 공전 등을 두고 책임 공방을 이어가면서다. 정작 야당의 협상 상대인 국민의힘의 운신의 폭은 좁아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세정 업무는 방치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인사를 했다"며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 없이 김창기 국세청장을 임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대해 "국회 공백 상태를 핑계로 임명을 강행했다", "진정 협치를 바란다면 즉각 국세청장 임명을 철회하라" 등의 공세를 펴고 있는 민주당에 책임을 돌린 셈이다.

대통령실도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회 일정을 보면 전반기 국회가 끝나기 전 (김 청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 수 있었다"며 "국회가 소임을 다했으면 '청문회를 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회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당의 비협조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양측 간 갈등 요소는 이뿐이 아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여부가 또 다른 뇌관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두 사람에 대해 각각 18일, 19일까지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청문경과보고서를 정부에 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여부와 관련해 "상당 시간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했다. 전날 임명을 강행한 김 청장과 달리 국회 원 구성 협상 추이를 보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국무위원에 대한 추가 임명 강행에 따른 충돌은 피한 셈이지만,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두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의혹에 대한 양측 간 온도차는 상당하다. 민심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과 관련해서 대통령실은 "20년 전 일"이라며 결격 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치명적 흠결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회를 향한 즉각적인 발언이 오히려 협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협상 당사자인 국민의힘 입지만 좁히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 이력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음주운전 자체만 가지고 얘기할 건 아니다. 가벌성·도덕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혀 야당의 반발을 샀다. 전날에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행정입법 통제 강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고 경고 메시지를 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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