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따로 달고, 신선도 유지 공들이고...편의점 업계 "신선식품 소중하니까"

입력
2022.06.15 12:00
구독

신선식품 '구색 맞추기'식 진열에서
자체 브랜드 론칭…채소 상품 다양화
유통구조 줄여 단가 낮추고 선도 유지도

편의점 CU에서 한 고객이 채소 쇼핑을 즐기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에서 한 고객이 채소 쇼핑을 즐기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제품은 더 신선해지고 가격은 내려갔다. 편의점에서 1, 2인 가구를 대상으로 판매 중인 소포장 신선식품 코너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접근성 높은 편의점이 대형마트의 대안 채널로 떠오르면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편의점의 신선 식품도 수준이 달라졌다.

주요 편의점은 신선식품만을 위한 브랜드를 따로 만드는 등 마케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유통 구조 간소화로 가격을 낮춰 대형마트 못지않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편의점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보관도 힘들고 폐기물도 많이 나와 편의점이 주력하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수요가 늘어난 지금은 필수 품목이 됐다"고 강조했다.


채소 구매 늘어난다…'고객 잡기' 본격화한 편의점

지난해 9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신선식품 코너 '세븐팜'에서 한 고객이 콩나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지난해 9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신선식품 코너 '세븐팜'에서 한 고객이 콩나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이후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지만 편의점 신선식품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지난달 신선식품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3% 늘었고,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신선식품 브랜드 세븐팜을 론칭한 후 5, 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각 편의점마다 채소 매출이 크게 뛰었다. 지난달 GS25의 채소 매출은 74.1%, 이마트24는 23% 증가했다. CU는 1인 가구 거주 지역의 점포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채소 매출이 25.1% 올랐다.

신선식품은 편의점의 소싱 역량에 따라 차별화하기 좋은 품목으로 꼽힌다. 품질이 일관된 가공식품과 달리, 지역과 농가의 기술, 날씨 등 여러 변수에 따라 판매 가능한 상품과 품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엔 중간 유통업체(벤더)에서 떼온 과일을 별도 상표 없이 팔았지만, 최근 주요 편의점은 자체 브랜드를 달고 품질 관리와 상품 운영 역량을 높이는 중이다. ①CU는 최근 신선식품 브랜드 '싱싱생생'을 론칭하고 밥상에 자주 오르는 채소 15종을 조금씩 나눠 담아 판매하기로 했다. ②세븐일레븐은 지난해부터 신선식품 브랜드 세븐팜을 운영 중인데 현재 1,300개인 세븐팜 특화 점포를 올해 안에 2,0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브랜드화해 포장 디자인에 통일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고객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며 "예전엔 단순히 '세척사과'라는 식으로 제품명을 달았는데, 지역명을 앞세워 신선식품의 품질을 강조한 것도 최근의 변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편의점이 장보기 채널로 자리매김하려면 편의점 쇼핑만으로도 한 끼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야 한다. 이에 일부 점포에서 디저트용으로 바나나, 사과 등 과일 2, 3개만 진열해 놓던 것에서 나아가, 갖은 채소와 육류로 카테고리도 확장한다. ③신선식품 브랜드 '신선특별시'를 운영하는 GS25채소, 육류, 수산까지 취급 상품 수만 1,600여 종에 달한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GS더프레시의 마트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편의점 신선식품 경쟁력도 빠르게 키워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밥상 물가'도 잡는 편의점…유통망 일원화가 비결

GS25 모델들이 4월 할인행사 '실속시리즈' 대상 품목인 계란과 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실속시리즈는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특정 품목에 한해 일시적으로 가격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다. GS25 제공

GS25 모델들이 4월 할인행사 '실속시리즈' 대상 품목인 계란과 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실속시리즈는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특정 품목에 한해 일시적으로 가격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다. GS25 제공


유통 과정을 줄여 신선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작업도 이어간다. CU에서 판매 중인 채소의 경우 가격이 900원(팽이버섯)~4,500원(모둠쌈)대로 정해졌는데, 이는 업계 평균 대비 30%가량 저렴하다. 중간 벤더 없이 한 곳과 직거래하고 CU 물류센터를 활용해 전국 지역에 배송함으로써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 이전엔 중간 벤더들을 거쳐 지역별 각 점포마다 진열되는 품목이 제각각이었으나, 유통망을 일원화하면서 품목 관리가 수월해지고 단가도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GS25는 마트와 함께 산지 농가에 일종의 공동구매 형식인 '통합구매'를 진행해 단가를 낮췄다. 여기에 유통 기한과는 별도로 품목마다 진열이 가능한 기간을 정해 놓는 '진열 기간'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해 품질 관리도 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무조건 저렴하다고 구매하지 않는다"며 "마트 못지않은 상품으로 품질을 높이고 이를 알리는 브랜딩 작업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