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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경찰국 추진에 "일선 경찰들 우려... 많은 반발 있을 것"

입력
2022.06.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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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 류근창 경감
"경찰, 치안국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들끓어"
"청장 장관급 격상 공약, 기대 많았는데 사라졌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뉴스1

경찰 권한의 통제 수단으로 행정안전부에서 '경찰국'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일선 경찰들이 들끓고 있다.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 류근창 경감은 "과거 치안본부나 치안국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 많이 혼란스러워 한다"고 전하면서, 행안부가 경찰국 설치를 공식 채택할 경우 "많은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류 경감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제안했다는 소식에 대해 "장관 밑에 치안국장이 생기고 국장 밑에 경찰청장이라는 기형적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인사와 예산권을 가진 행안부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상당히 비약일 수도 있지만 과거 군사정권 시대로 돌아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다"면서 "치안국이나 치안본부 시절에는 민주화를 탄압하고 더 나쁜 일도 자행을 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는 1991년 폐지된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의 부활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내부망 쓴소리, 경찰 지휘부도 답답할 것"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류 경감은 경찰 내부 통신망을 인용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있고, 일부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말씀을 하지 못하는 지휘부를 비난하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경찰국 신설 관련 질문에 "논의가 진행 중이고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사와 관련된 사항도 아니고 경찰청 전체 차원의 문제라 국가수사본부장으로서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한 바 있다. 류 경감은 "그분들(경찰 수뇌부)도 속상하고 답답할 것"이라며 "현장 경찰관들도 어떤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황정근 위원장이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청이 독립돼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외청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해 "경찰에 대한 기본도 모르시는 분들이 위원이 되셔서 통제 방안을 논의하신다는 게 걱정"이라며 "솔직히 자격이 의심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찰청장 출신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 출연해 "경찰국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 없이 하기 어렵고, 국회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1단 경찰관 컨테이너 박스서 대기... 사기 진작 되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던 도중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치고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던 도중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치고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류 경감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 처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다는 공약에 대해 상당히 많이 기대를 했는데, 사실은 취임도 하기 전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사라졌다"며 "최단시간 공약 철회일 것이다. 현직은 물론 전직 경찰관도 많이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 용산 대통령실을 경비하는 101경비단 경찰관이 컨테이너 박스에서 대기하고 있다면서 "그런 소식을 보고 경찰들이 사기 진작이 되겠나. 서럽다"고 토로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를 사전에 여럿 면담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장관이 경찰 지휘부를 만날 수 있는데, 면접이라고 하더라"며 "이미 경찰관인 사람들에게 굳이 다시 채용면접을 하는지, 조금 걱정이 되는 게 아니고 많이 우습다"고 평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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