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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생존율 13.9%' 췌장암, 가족력 2명만 있어도 발병 위험 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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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가운데 ‘최악의 암’으로 꼽히는 암이 바로 췌장암이다. 췌장암 5년 생존율이 13.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기 진단을 위한 스크리닝 검사가 없어 실제 임상에서 병으로 일어난 육체ㆍ생리적 변화를 조기 발견하기 어렵다.
이태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조기 증상이 없고 종괴가 어느 정도 커져야 비로소 복통ㆍ황달 등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게다가 췌장암은 발병 빈도가 드물어 실제 의사들도 배가 아프면 위염이나 위궤양 혹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먼저 생각하고, 그렇게 진단이 늦춰지면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췌장암 조기 발견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다. 그렇다고 췌장암을 의심할 만한 전조 증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상복부에 통증이 있거나 소화불량과 현저한 체중 감소가 눈에 띄거나 60대 이후 당뇨병을 진단받거나 음주하지 않고 담석이 없는데 췌장염이 생겼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태윤 교수는 “췌장이 후복막 장기라는 점도 진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동네 의원에 널리 보급돼 내시경과 초음파검사로도 췌장암을 진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는 "종합병원 이상급에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서만 췌장암 진단이 가능하다는 게 조기 진단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이는 췌장이 자리한 위치 때문이다. 췌장은 위·간 뒤쪽에 숨겨져 있다. 몸속 가장 깊은 곳에 조그맣게 자리해 복부 초음파검사를 할 때도 췌장 꼬리 부분이 장관 내 가스에 가려 진단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크기가 1㎝ 이상인 췌장암은 보통 복부 CTㆍMRI 검사로 진단할 수 있으며 진단이 애매하면 내시경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내시경 초음파검사는 췌장 종괴에 대한 조직 검사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췌장암에도 진단 키트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상용화할 단계는 아니다.
췌장암은 크게 수술이 가능한 단계와 그렇지 않은 단계로 나뉜다. 복부 CT나 MRI 검사에서 췌장 종괴가 췌장 주변 동맥을 180도 이하로 침범하면 경계성 절제가 가능하다. 췌장 종괴가 동맥을 180도 이상으로 둘러싸면 국소 진행 췌장암으로 분류한다.
췌장 종괴가 동맥이나 정맥을 침범하지 않으면 절제가 가능한 췌장암이다. 전이 췌장암은 CTㆍMRIㆍ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서 간ㆍ폐ㆍ복막ㆍ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전이 췌장암은 수술하기 어렵지만 치료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항암 치료를 진행한 뒤 수술할 수 있는 환자도 있고, 항암 치료 자체로 생존 연장에 도움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태윤 교수는 “수술이 어려운 췌장암이라면 무리하게 수술하기 보다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환자 생존을 연장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최근의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태윤 교수는 “췌장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를 지목할 수는 없지만 췌장암 환자 가족 수에 비례해 본인의 발병 위험성이 증가하는 건 사실”이라며 “미국 일부에서는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으면 50~55세부터 매년 한 번씩 CT나 MRI를 통한 췌장암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고 했다.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특히 유전자나 가족력에 따라 발병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며 “집안에 췌장암 환자가 2명만 있어도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아지는 고위험군(가족성 췌장암)”이라고 설명했다.
비위험군에게는 췌장암 검사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60세 이후 당뇨병이 생긴 경우 당뇨병이 췌장암의 결과일 수 있기에 췌장암 검진을 권한다.
이와 함께 췌장암도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생활 습관 영향을 받는 만큼 금주ㆍ금연ㆍ절식을 비롯해 충분한 채소 섭취, 적당한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이 예방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이태윤 교수는 “모든 병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상당 부분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중ㆍ장년 남성이 음주ㆍ흡연을 과다하게 하면 60대에 췌장암이나 담도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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