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균·바이러스 동시 감염돼 '중증 결핵'되는 메커니즘 밝혀져

입력
2022.06.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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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균과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돼 결핵이 중증으로 악화하는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결핵균과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돼 결핵이 중증으로 악화하는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결핵균과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돼 중증으로 악화하는 메커니즘과 원인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신성재ㆍ권기웅 교수와 연세대 생명시스템대 하상준ㆍ이인석 교수ㆍ강태건 박사 연구팀은 마우스 모델을 통해 결핵 감염 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중증 결핵으로 진행되는 면역학적 메커니즘과 핵심 인자를 밝혔다.

이를 통해 결핵 악화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과 원리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결핵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3대 감염 질환 중 가장 심각한 감염병이다.

전 세계 인구 중 20억 명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결핵 환자 중 활동성 결핵 환자는 심각한 폐 병리를 수반한 중증 결핵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다제 내성 결핵균, 고병원성 결핵균 증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등으로 결핵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결핵 감염 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중증 결핵 등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결핵균에 감염된 마우스 모델을 확립한 후 일부 마우스에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림프성 뇌수막염 바이러스를 동시 감염시켜 두 그룹간 결핵 진행 경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결핵균 단독 감염군에서는 심각한 폐 병리가 관찰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동시 감염군에서는 괴사성 육아종을 동반한 광범위한 폐 염증이 관찰됐고 매우 높은 수준의 결핵균 증식이 나타났다.

결핵균-바이러스 동시 감염 후 중증 결핵으로 악화된 폐 병리, 단독 감염군과 비교해 바이러스 동시 감염군에서 괴사성 육아종이 동반된 중증 폐 병리와 광범위한 폐 염증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마우스 모델의 폐 조직과 배수 림프절에 대한 면역 반응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원인으로 한 결핵 병리 악화와 과도한 결핵균 증식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면역 반응 분석 결과, 결핵균에 노출된 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1형 인터페론이 과도하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결핵균 제어에 필수적인 결핵균 특이적 T세포가 폐 조직 내에서 감소했다.

또한 연구팀은 결핵균 단독 감염군, 바이러스 동시 감염균, 바이러스 동시 감염균에 1형 인터페론 수용체 중화(中和) 항체 처리군 세 그룹으로 분류해 폐 조직 면역세포들에 대한 단일세포 수준의 정밀 전사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화 항체 처리군은 결핵균 단독 감염군과 동일하게 바이러스 동시 감염에 의한 악화된 폐 병리를 동반한 중증 결핵이 나타나지 않았다.

1형 인터페론이 폐 조직 내 특정 큰 포식세포가 생산하는 케모카인 CXCL9과 CXCL10 발현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케모카인은 활성화된 T세포를 림프절에서 감염 조직으로 유입하는 것을 촉진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케모카인 감소는 활성화된 결핵균 특이적 T세포의 폐 조직 내 유입 감소로 이어지고 결핵균 특이적 T세포 유래 2형 인터페론도 감소시켜 결핵균의 활발한 증식을 제어하지 못하고 폐 면역 병리를 유발한다.

신성재 교수는 “이번 연구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중증 결핵 유발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었다”며 “결핵 악화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향후 중증 결핵으로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법 개발과 치료제 평가법은 물론 효율적인 결핵 백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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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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