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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했지만...'저금리 기조' 안 바꾸는 일본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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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엔화 가치가 장중 한때 135엔을 넘어서며 1998년 10월 이후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4년 전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 휘청이던 일본 금융기관이 아시아 외환위기의 유탄을 맞아 은행, 증권사가 연달아 파산하던 시기다. 세계 각국의 연쇄 금리 인상에도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자 엔화 가치가 외환위기 때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35.22엔 부근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8년 10월 이후 약 24년 만의 최고치다. 오후에도 환율은 134엔 후반에 머물렀다.
1, 2월만 해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5엔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 행보를 본격화하자 급속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날도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 전망에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6%로 시장 예상을 웃돌자, 시장은 이번 주 연준이 한번에 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의 빠른 긴축 행보에 유럽 및 다른 국가들도 정책 금리를 속속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 성장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국회에 출석해 "강력한 금융완화를 끈기 있게 지속함으로써 경제를 떠받치겠다"며 정책 수정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이 2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음에도 구로다 총재는 “급속한 엔저는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밝힐 뿐, 구체적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행은 이날 시장에서 장기금리(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일본은행이 관리하는 0.25%를 일시적으로 넘자, 5,000억 엔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서며 ‘절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은행의 이런 확고한 자세에 투기 세력은 향후 일본과 주요국의 금리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공격적 엔화 매도에 나서고 있다. 엔화 가치가 추가로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엔저 현상으로 수출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한동안 상승했던 일본 증시도 이날은 급락세를 보였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전날 종가보다 836.85엔(3.1%) 하락했다. 미 연준이 가을까지 긴축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에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자, 일본 증시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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