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실패 곱씹은 항우연..."이번엔 분명 다를 것"

입력
2022.06.13 16:5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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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조기연소 직접 원인은 헬륨탱크 이탈
고정 풀려 산화제 탱크 균열→연료 누설
2차 땐 탱크 고정장치 보강해 성공률 높여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21년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21년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는,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주로 넓히겠다는 원대한 꿈이 담겼다.

그러나 새로운 누리를 향해 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1일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5시 발사된 누리호는 127초 만에 고도 59㎞에 올라 1단 분리에 성공했다. 오후 5시 4분에는 위성모사체의 덮개(페어링)가 분리되며 3단 엔진에 불이 붙었고, 발사 15분 만에 비행 고도 700㎞에 도달해 정상적으로 위성모사체를 분리해 냈다.

하지만 성공하는가 했던 그 첫 번째 도전은 9부 능선에서 아쉽게 실패했다. 갑자기 인공위성이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정보가 지구로 도달했다.

확인해 보니 액체 엔진의 연소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 2개월간 조사한 끝에 '3단 엔진 조기 연소 종료'가 실패 원인인 것으로 최종 결론냈다. 위원회에 따르면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은 목표된 521초보다 46초 부족한 475초 만에 연소를 끝냈다. 그 결과 위성모사체는 고도 700㎞에 도달하고도 목표 속도인 초속 7.5㎞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채 추락했다.


누리호 1차 발사의 실패 원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1차 발사의 실패 원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연소가 예정보다 일찍 끝난 직접적인 원인은 산화제 누설이었다. 비행 중 진동과 부력으로 인해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헬륨탱크를 붙들고 있는 하부 고정장치가 풀렸다. 이탈된 헬륨탱크는 산화제 탱크 속을 계속 움직이며 구멍을 냈고 결국 산화제까지 누설됐다.

결국 산화제 탱크가 균열되면서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 양이 감소했고, 연소가 예정보다 빨리 종료된 것이다. 항우연은 이런 결론의 타당성 검증을 위해 지상에서 재연 실험을 진행했는데, 기존의 지지 구조물로는 매우 낮은 부력에서도 헬륨탱크가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을 파악한 항우연은 누리호 2차 발사를 위해 기술적 조치를 실시했다. 3단 산화제 탱크 내부의 고압 헬륨탱크가 이탈하지 않도록 헬륨탱크 하부 고정부를 보강하고, 산화제 탱크 맨홀 덮개의 두께를 강화했다.

또한 연구원은 이번 발사에서는 성공 확률이 높다는 판단 아래, 실제 작동하는 성능검증위성을 탑재했다. 1차 발사 때는 기능이 없는 1.5톤의 위성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려 있었다. 하지만 2차 발사에는 약 1.3톤의 위성모사체와 함께 168㎏의 성능검증위성(큐브위성 4기 포함)이 실린다.

성능검증위성은 궤도 안착 이후인 23일부터 이틀마다 순차적으로 4기의 큐브위성을 우주공간으로 내보낸다. 무게 10㎏ 이하의 '꼬마위성'이다. 이들은 미세먼지 모니터링, 지구 관측 등 임무를 6~12개월간 수행할 예정이다. 누리호 2차 발사는 15일 오후 4시에 예정돼 있다. 정확한 발사 시각은 날씨 등의 조건을 고려해 당일 오후에 최종 결정된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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