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만들겠다더니… "바이든 내달 중순 사우디 간다"

美 악시오스, "이스라엘 찾은 뒤 방문"
치솟는 유가에 지지율 흔들리자 '화해'
"인권 대응 측면서 후퇴" 지적 이어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중동국가 순방 과정에 사우디아라비아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연일 치솟는 국제유가에 지지율마저 휘청대자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달 14, 15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찾은 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바레인,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이라크,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전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일정이 이르면 13일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 곳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미국 유가가 연일 치솟는 가운데 이뤄지게 됐다. 친미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동 정책 주요 파트너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특히 그가 공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관계는 한층 악화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서고, 이에 따른 미국 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바이든 대통령 국정 지지율마저 휘청대자 코너에 몰린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그 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외교 관계를 재검토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인권 대응 측면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왕따’를 만들겠다고 했던 때와 달라진 상황이 없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단지 정치ㆍ경제적 이유로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 정상을 독재자라는 이유로 최근 미국 LA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 초청 대상에서 제외한 상황에서, 유가 대응 등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것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