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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장 꺼내든 우상호 “‘수박’ 표현 가만 안 둘 것…민형배 복당 요청 안 한다”

입력
2022.06.12 18: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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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하지 말고 "절제된 언어 써야" 집안 단속
"물가대란에 손흥민과 사진 찍을 때냐” 尹 비판
비대위원에 ‘1986년생 여성’ 서난이 도의원 위촉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친문재인(친문)계와 친이재명(친명)계의 계파 갈등이 통제 불가능한 수위로 치닫는 데 대해 “앞으로 인신공격, 흑백선전, 계파분열을 일으키는 언어를 엄격하게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이 나아갈 방향으로는 ‘민생 중심의 유능한 야당’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요란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자, 민생ㆍ합리주의로 노선 변경에 나선 것이다.

“조심들 해야 할 것” 집안 단속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에서 진 정당이 남 탓만 하고 상대 계파의 책임만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당직자, 국회의원 분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각별히 절제해 쓰길 바란다”고 했다. “저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해 누구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조심들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감정적으로 흐르자 작심하고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 위원장은 특히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고 했다. 수박은 ‘민주당 내 보수 배신자’라는 뜻으로 친명계 지지자들이 반(反)이재명계를 비난할 때 쓰는 은어다. 앞서 이원욱 의원이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다가 친명 지지자들로부터 ‘수박’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박 정말 맛있다”며 수박 사진을 올리자,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국민에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친명 지지자를 옹호하는 집안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팬덤정치ㆍ강경노선에 ‘거리 두기’

우 위원장은 당내 팬덤정치ㆍ개혁노선과 거리를 두면서 당 쇄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그는 팬덤정치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문자폭탄’에 대해 “좌표를 찍어서 1,000개씩 문자가 들어오는 것은 소통이 아니고 조직화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위장 탈당’을 해 논란을 빚었던 민형배 무소속 의원에게 복당을 요청할지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거 패배 원인을 두고도 “당이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밀어붙인 게 패인”이라고 했다. 콕 집어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ㆍ언론ㆍ검찰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당내 강경파 진영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우 위원장은 “가뭄으로 야챗값이 올라 서민이 고통받는데 정부는 물가대책회의 한번 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손흥민 선수와 사진을 찍을 때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를 예로 들며 “이런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 할 정부ㆍ여당의 태도가 한심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에 내정된 서난이 전북도의원 당선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에 내정된 서난이 전북도의원 당선자. 연합뉴스


우 위원장은 이날 ‘1986년생 여성’ 서난이 전북도의원을 새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다. 최연소 도의원으로 호남 지역 민심을 고려한 인선으로 보인다. 우 위원장은 “전당준비위원회 위원장 선임 등 전준위 발족을 서둘러 금주 중 마무리할 것”이라며 “8월 말로 예정된 전대 일정을 절대 변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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