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정치 하겠다"는 이준석, 갈등 예고
전당대회 룰 등 우상호 비대위도 난제
여야 모두 당권 다툼의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유가, 화물연대 파업, 의혹 많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시급한 현안을 보면서도 여야가 권력 다툼을 벌일 때인지 한심스럽다.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는 여야가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어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선거 뒤끝에 당권 다툼이 없을 순 없지만 최소한 국회가 제 기능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천 혁신을 강조하고 “제대로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밝혀 오히려 당권 다툼을 확전시킬 태세다. 안철수 의원의 최고위원 추천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명단”이라고 평했다. 앞서 KBS에 출연해서는 “서열상 당대표가 (국회부의장보다) 위”라며 자신을 비판한 정진석 의원을 다시 공격했다. 보수 정당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당대표가 된 그가 젠더 갈라치기, 약자 혐오, 당내 갈등 등 분열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에 우려가 크다. 장제원 의원은 친윤 의원 모임인 '민들레(민심 들어볼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래서야 계파 정치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기 어렵다. 저마다 권력에 대한 야욕만 넘칠 뿐 민생을 돌보는 여당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우상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더불어민주당도 계파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친문을 비난하는 용어)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며 계파 갈등을 정리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주중 발족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평가단이 논의를 시작하면 갈등은 언제건 다시 터질 문제다. 선거 패인에 대해 철저하게 성찰하고 강성 팬덤에 휘둘리지 않는 전당대회 룰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계파 갈등이 격화하지 않도록 하는 어려운 과제가 우 위원장에게 주어졌다. 우 위원장은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는데 그러려면 당장 원 구성 협상부터 나서야 할 것이다.
치솟는 물가·유가·금리로 서민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외부요인이 큰 경제위기라 해서 국회와 정부가 나 몰라라 해선 안 된다. 안전운임제 일몰 해결을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보면서 권력 투쟁만 벌이는 여야 모두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온갖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박순애·김승희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될 판인데 이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여야가 국회부터 정상화해 제 할 일을 다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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