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상상대로 위성 만들어 쏘는 시대가 곧 옵니다"

입력
2022.06.13 16:10
누리호 탑재 위성 개발한 박상영 연대 교수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박상영 교수가 5월 31일 학교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상기되거나 환하게 웃는 얼굴을 기대했지만, 지난달 31일 만난 박상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의 얼굴은 착잡함 쪽에 가까웠다.

바로 일주일 전. 그는 자신의 연구팀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든 큐브위성(초소형 위성) 미먼(MIMAN)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실었다. 자식 같은 미먼을 우주 먼 곳으로 보낸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고, 동시에 이제서야 지난 10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도 적지 않았다.

연세대 연구팀이 제작한 미먼은 미세먼지를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장치다. 우주 700㎞ 고도에서 6개월간 서해 지역 미세먼지를 관찰하는 임무를 지니고 누리호와 함께 15일 우주로 날아간다. 미먼은 3만7,000㎞ 상공에 떠 있는 정지궤도위성(위성 궤도 주기와 지구 자전 주기가 같아 항상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위성) 천리안2B를 도와, 구별이 쉽지 않은 구름과 미세먼지를 분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달 24일 누리호 3단에 들어갈 성능검증위성에 큐브위성이 실리고 있다(위). 큐브위성이 모두 실린 모습.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대, 연세대, KAIST, 서울대, 더미(가짜) 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에는 미먼 외에도 조선대의 스텝큐브-2(중·장적외선 관측), 서울대의 스누글라이트-2(지구대기 관측),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랑데브(초분광 카메라 지구 관측)가 실린다. 성능검증위성에 나란히 실린 이들 큐브위성은 누리호 발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달 23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우주 공간으로 사출(射出·밖으로 뿌려지는 것)된다. 박 교수는 "제비뽑기로 순서를 뽑았는데 우리는 마지막인 29일"이라며 "일단 사출만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미먼은 박 교수 연구팀의 세 번째 작품이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톰과 제리, 티몬과 품바라는 별명을 붙인 큐브위성 세트를 두 차례 쏜 경험이 있다. 앞서 발사한 위성들은 궤도에 안착했지만, 통신이 일부만 연결되는 등 오류가 나는 바람에 제대로 임무 수행을 하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두 차례 소중한 실패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박 교수는 "그간의 경험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학부생부터 박사과정 학생까지, 또 천문우주학·컴퓨터공학·대기공학까지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모여서 2년간 실제 위성을 만든 천금 같은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티몬과 품바에 이어 미먼 제작에도 참여한 강대은 박사과정생도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실제로 부딪히고 실패해보며 알게 됐다"며 "노하우가 쌓인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박상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가 지난달 31일 학교 연구실에서 자신이 개발한 규브위성을 바라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미먼이 한국형 발사체에 실려 올라간다는 것도 박 교수에게는 큰 의미다. 그간 국내 연구팀이 만든 위성은 모두 외국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는데, 해외로 위성을 보낸 뒤 현지 엔지니어들과 소통해야 했던 만큼 민간에서 시도하기엔 부담이 컸다고 한다. 박 교수는 "우리 발사체를 보유한다는 것은 점점 늘어날 위성 수요를 우리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며 "우주 선진국에 비해서는 다소 늦었지만, 한국인 특유의 추격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우주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큐브위성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 누구나 필요에 따라 우주 공간으로 위성을 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발사 비용이 낮아지면서 말 그대로 '위성 맞춤 제작'이 가능한 시대가 되는 거죠. 누리호를 계기로 한국 우주산업이 시장성을 확보하게 되면 큐브위성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이번 발사는 바로 그 시작입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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