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라면 흉터를 악화시키기 쉬워

게티이미지뱅크

수술이나 외상, 화상 등으로 인해 몸에 남는 병적인 흉터를 근본적으로 억제해 치료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은영 은평성모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이 고혈압 약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는 흉터 억제 동물 연구를 통해 흉터와 고혈압과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흉터 치료 한계를 뛰어넘는 치료법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쥐와 토끼 흉터를 이용한 연구를 시행해 그동안 가설로만 존재했거나 연결 고리가 명확하지 않았던 흉터와 고혈압의 연관성을 명확히 했다.

연구팀이 정상 혈압 쥐와 고혈압을 가진 쥐를 △정상 혈압군 △정상 혈압-고혈압약 투여군 △고혈압군 △고혈압-고혈압 약제 투여군 4개 그룹으로 나눠 쥐에서 발생한 흉터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군에서 피부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튀어나오는 흉터 돌출지수가 정상 혈압군보다 높았다.

또 고혈압-고혈압 약 투여군에서 흉터 돌출 지수를 비롯한 흉터 관련 모든 지표가 정상 혈압군보다 낮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혈압 약을 활용하는 방법에서도 흉터 억제에 차이가 나타났다. 토끼의 비후성(肥厚性) 반흔 모델을 이용한 실험에서 고혈압 약 활용 형태에 따라 토끼를 다섯 군으로 분류해 흉터 치료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 약과 실리콘을 연고 형태로 함께 사용한 군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흉터가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도 고혈압 약 마이크로입자를 함유한 실리콘 시트를 토끼 흉터 연구에 적용해 흉터 억제 메커니즘을 확인한 바 있다.

흉터는 손상된 피부가 치유되며 남는 흔적이다. 외상ㆍ화상이나 각종 질병 치료 수술이나 미용 수술 과정에서 피부 진피층까지 손상되면 비정상적으로 피부 조직이 증식하면서 튀어 올라오는 병적인 흉터가 남는다.

지금까지 병적인 흉터 치료는 피부 이식과 피판술(皮瓣術ㆍskin flap surgery) 등 수술적 치료, 스테로이드 등을 투여하는 주사 요법, 실리콘이나 양파 추출물을 바르거나 붙이는 방법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하지만 잦은 재발과 피부 합병증, 낮은 치료 반응으로 인해 확립된 치료법이 없었다. 또한 성장 인자 등 각종 약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투여 경로ㆍ농도 기준이 없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합병증 없이 흉터 억제 효과를 유도하는 고혈압 약 발굴 및 적정 농도 확보를 위한 연구를 추가로 시행하고, 더 효과적으로 흉터 부위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경피적 약물 전달 시스템(TDSㆍTransdermal Drug delivery System)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나은영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는 흉터와 고혈압과 연관성을 더 명확히 하고 약제를 다양한 형태의 치료제로 개발해 인체에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나 교수는 “최근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흉터는 남기는 것이 아닌 꼭 치료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어 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하면 사회경제적으로 환자 이익이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