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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미선이 죽음 뒤에도 미군 범죄 매년 수백건... 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2022.06.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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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관련 범죄 매년 300~500건 발생
'성실 복무' '모범 병사' 이유… 솜방망이 처분
경찰 폭행·마약 범죄까지 "법 집행 엄격해야"

2003년 6월 경기 양주군 광적면 가납리 3.1공원에서 열린 '효순이 미선이 1주기 양주군민 추모대회'에 참가한 여중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3년 6월 경기 양주군 광적면 가납리 3.1공원에서 열린 '효순이 미선이 1주기 양주군민 추모대회'에 참가한 여중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일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6월. 친구 생일파티에 가던 여중생 미선이와 효순이는 주한미군이 몰던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하지만 사고를 일으킨 조종수 2명 모두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상 우리나라는 주한미군이 공무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았던 이들은 같은 해 11월 동두천 미군기지 캠프 케이시 군사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본의 아닌 사고에 유감"이라는 말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 속에 SOFA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현재 주한미군 중대 범죄의 경우 공무집행 중 범죄를 제외하면 한국 법령을 따르도록 돼 있다. 한국이 1차 관할권 행사 포기를 미군에 요청할 수 있고, 미군은 이를 ‘호의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효순·미순이 사건 이후에도 주한미군 관련 범죄는 매년 수백 건씩 발생하고 있으며,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래픽= 김대훈 기자

그래픽= 김대훈 기자


주한미군 관련 범죄 매년 500건

지난달 15일 오전 4시쯤 주한미군 일병 A(19)씨와 이병 B(19)씨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클럽에서 한국인 남성을 때린 혐의로 체포됐다.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은 한국 남성을 수차례 폭행한 것이다. 지난달 1일엔 주한미군 2명이 함께 술을 마시던 한국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고, 용산구 주택가 골목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미군도 있었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6~2021년 SOFA 적용을 받는 주한미군 관련 범죄(미군 가족 및 군무원 포함)는 매년 400건 안팎에 달했다. 하루에 한 건 이상 발생한 셈이다. 범죄에 연루된 인원도 매년 400~500명대를 기록했다. 주한미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속 군인에게 외출 통제를 지시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부 활동이 재개되면서 주한미군 범죄는 늘어나고 있다.

“부대 내 모범병사” 솜방망이 처벌 지적도

그래픽= 박구원 기자

그래픽= 박구원 기자

주한미군이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가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주한미군과 미군 가족 등 SOFA 협정 대상자 관련 판결문 47건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23건, 벌금 19건, 선고유예 2건, 징역 1건, 금고 1건, 공소기각 1건 등으로 실형 선고는 드물었다.

범죄 유형도 다양했다. 2019년 미군 이등병은 대구 중구 골목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출동한 경찰에게 욕설을 하며 뺨을 때렸다. 그는 파출소로 인계된 뒤에도 침을 뱉으며 소란을 피웠지만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6개월 이상 형이 선고되면 규정상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데다 복무 경력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신병으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모범병사"라며 "향후 직업 군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용하는 게 합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효순이·미선이 20주기 촛불정신계승! 평화대회에 앞서 진행된 합창공연에서 희생자들의 초상화가 스크린 화면에 나오고 있다. 뉴시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효순이·미선이 20주기 촛불정신계승! 평화대회에 앞서 진행된 합창공연에서 희생자들의 초상화가 스크린 화면에 나오고 있다. 뉴시스

마약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8년 경기 평택에 근무하던 미 군무원은 군사우편물을 통해 대마카트리지를 국내로 들여왔으며. 주한미군 배우자와 자녀들도 미국에서 들여온 대마를 흡연하다 적발됐다.

그럼에도 재판부 처분은 관대한 편이다. 판사가 미군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며 판결문에 가장 많이 썼던 문구는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주한미군으로 성실히 복무해왔다" 등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국내법의 엄중함을 보여주지 않으면 미군들이 우리 법 체계를 우습게 볼 우려가 있다"며 "특히 경찰 폭행이나 마약 범죄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더욱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현 기자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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