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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의 '친구'

입력
2022.06.11 04:30
22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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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얘기로만 긴긴 밤이 지나도록' 시간을 채우고도 남는 사람들, 그들은 친구다. 성장하는 내내 '친구'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한동네에서 자란 오랜 친구도 있고, 고민을 들어주는 진정한 친구도 있다. 꼬마부터 어르신까지 누군가의 어느 시절에서든 친구는 있었고, 또 있어야 한다. '친구'는 '이 친구 많이 취했군'과 같이 어린 사람을 가깝게 이를 때에도, '우리 친구는 이름이 뭐예요?'처럼 어린 사람을 어른이 친근하게 부를 때도 쓰인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친구'란 말에는 적어도 '나이가 같은 사람'이라는 특별한 개념이 더 들어 있다. 흔히 같은 나이에 학교를 들어가므로, 같은 학년의 모든 이를 일단 '친구'라고 부른다. 그래서 '둘도 없이 친한 친구'도 있고, 그저 '아는 친구'도 있고, 심지어 '별로 안 친한 친구'도 있다. 이미 친구라면서 안 친한 친구가 어떻게 성립될까? 외국인은 이런 말을 어떻게 해석할까?

'나이가 같다'는 것도 여간 어렵지 않다. 한국 사람에게는 나이가 셋이나 있다. '집 나이, 만 나이, 빠른 ○○년생'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12월 31일에 태어나면 단 하루 만에 두 살이 된다. 한국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태교를 중히 여기는 것도 엄마 뱃속에서 보낸 일 년을 귀하게 여기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태어난 해를 0세로 하는 만 나이 계산법이 공론화되고 있지만, 설령 행정적으로는 그리 되더라도 집 나이, 만 나이와 같은 말은 여전히 한국인의 생활에 따라다닐 것이다. 마치 해마다 반복되는 신정과 구정의 관계처럼 말이다.

친구가 원래부터 같은 나이로 한정된 사이는 아니다. 의무교육이 없던 시절, 그때에도 '친구'가 있었지 않은가? 친구(親舊)란 일본말의 '親友, 友', 중국말의 '友'와는 다른 한국 한자어로,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다. '옷은 새 옷이 좋아도 친구는 옛 친구가 좋다'는 말처럼 지난날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다. 십수 년 만에 만나서는 "너 하나도 안 변했다. 그대로야"라며 인사하는 사이이다. 사진과 다른 모습인데도 왜 안 변했다고 여기는 것일까? 꿈 따라 구름 따라 흐르는 추억과 더불어, 친구란 한 시대를 같이 늙어가는 사이인 까닭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 '불행은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등 친구에 대한 명언은 허다하다. 삶의 시작이자 전부가 될 수 있는 친구, 그러하기에 우리는 친구를 '사귄다'고 정성스럽게 말한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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