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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범죄도시2'에...'구씨' '염미정' 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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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도를 연기한 염미정입니다." "산포에서 온 구씨입니다."
최근 개봉과 함께 국내 스크린을 점령한 영화 '범죄도시 2'의 무대인사 행사. 배우 마동석과 손석구의 셀프 소개 멘트다. 사실 '염미정'이나 '구씨'는 해당 영화와 무관한 인물이다. 지난달 종영한 JTBC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주인공 이름일 뿐.
그럼에도 영화관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연신 "와!" "악!" "구씨!" 등 탄성과 함께 반겼다. 뭔가 아는 눈치다. 관객들은 배우들이 거론한 이름만으로 혼연일체 된 듯 박수를 보내니까. 연일 매진 행진 중인 영화의 무대인사 행사 열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었던 영화계가 '범죄도시 2'로 활력을 얻고 있다. 11일 배급사 ABO엔터테인먼트는 '범죄도시 2'의 누적 관객수가 이날 오후 1시 50분쯤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영화 '겨울왕국 2'(2019)가 1,000만 관객을 넘은 이후 3년 만의 쾌거다. 또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최초의 '1,000만 영화' 타이틀도 얻었다. 이래저래 '범죄도시 2'의 의미는 남다르다. '범죄도시 2'가 잭팟을 터뜨린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 속에는 어떤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구씨를 연기한 강해상입니다."
배우 손석구가 이달부터 진행된 '범죄도시 2' 무대인사 때마다 하는 말이다. '범죄도시 2'가 개봉된 후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구씨=강해상' 설정놀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손석구는 영화 '범죄도시 2'의 1,000만 관객 동원 도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달 종영한 JTBC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로 등장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 진지한 눈빛으로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 "염미정!" 하고 외치니 여심을 흔드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렇게 구씨가 저물고 '범죄도시 2'가 개봉해 오버랩되면서 그를 향한 팬들의 마음은 영화로 향했다. 그들은 손석구가 맡은 영화 속 살인마 강해상을 '구씨화(化)'하는 데 애썼다. 이른바 '구씨 유니버스'가 탄생한 이유다.
팬들은 과묵한 행동파인 두 캐릭터를 연결해 "구씨의 과거가 강해상"이라는 세계관을 만들었다. "그래서 산포시('나의 해방일지' 속 가상도시)에 숨어 지냈구나" "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하는 '무서운 놈'이라더니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등 구씨와 강해상을 하나의 인물로 설정하면서 영화 관객 수를 늘리고 있다.
이른바 여러 번 같은 영화를 관람하는 'n차 관람'이 유행할 정도다. 손석구의 팬이 됐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범죄도시 2'를 벌써 세 차례나 봤다고 했다. 김모씨는 "드라마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영화 속 강해상이 마치 구씨를 보는 듯하더라"며 "다음 주 부산에서 진행되는 무대인사 행사에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하마터면 '구씨=강해상' 설정놀이가 성사되지 못할 뻔했다. '범죄도시 2' 속 강해상은 원래 '욕쟁이'였다는 것. 범죄영화 특성상 욕 대사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 살인마 강해상 역시 욕하는 장면이 많았다고 한다. 정작 연기하는 손석구 입장에선 '욕쟁이 살인마'가 확 와닿지 않았던 것.
그는 당장 '범죄도시 2'의 이상용 감독에게 달려갔다. 많은 욕 대사는 충동적인 인물인 강해상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인 듯 보였다고 한다. 욕을 하더라도 강한 '한 방'이 필요했다. 손석구가 이 감독과 함께 캐릭터를 다듬은 이유다.
손석구는 지난달 언론과의 화상인터뷰에서 "원래 시나리오에선 욕을 더 많이 했다"며 "감독님에게 말수를 줄이고 되도록 욕을 안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뒷이야기를 귀띔했다.
급기야 제대로 욕하는 장면을 따로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 말미 강해상이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장면이다. 손석구는 "공포에 싸인 시민들에게 욕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의 유일하게 욕하는 장면"이라며 "실제로 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떨까 하는 충격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했다.
손석구는 단편영화 '재방송'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지난해 배우 이제훈 박정민 최희서 등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를 통해서다. 작년 말 개봉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촬영할 때도 정가영 감독과 장면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연기했고,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연출하고 시나리오도 쓰는 등 연기에 있어 진취적인 성향 탓이다.
그러니 어쩌나. 욕하지 않고 말수가 적어진 강해상이 결국 구씨와 연결되는 것을. 그래서일까. 마동석도 무대인사 때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마석도 형사를 연기한 염미정입니다." "염미정이에요." 마동석의 재치다.
'범죄도시'의 영화 안팎 인물들도 관심 대상이다. 특히 핵심은 마동석. 그는 공개 열애 중인 자신의 연인 예정화를 1편에 카메오로 출연시키더니, 2편에선 아예 연인의 동생을 내세웠다. 예정화는 전편 말미에 공항 직원으로 잠깐 출연했고, 그의 동생은 속편에서 베트남 한인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 최용기를 연기한 배우 차우진이다.
마동석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세 사람은 같은 소속사(빅펀치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 게다가 '범죄도시 2'의 제작사 중 한 곳인 빅펀치픽처스의 대표가 마동석이다. 이로써 남매가 나란히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한 진기록을 세운 셈.
마동석의 연인 사랑은 제법 유명하다. 할리우드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마동석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예정화와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은 국내 팬들의 눈을 더 동그랗게 만들었다. 자신의 연인을 '이터널스'에 출연한 앤젤리나 졸리 등 유명 배우들에게 소개했던 것. 졸리가 예정화를 반기며 포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연인의 동생을 챙기는 모습도 남다르다. 차우진의 출연작만 봐도 그렇다. 단역이었지만 데뷔작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2019)은 '범죄도시 1'의 강윤성 감독의 작품이며, 영화 '시동'(2019)은 마동석이 주연인 영화였다. 또한 마동석 주연의 개봉 예정작 '압구정 리포트'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도 차우진이 얼굴을 내민다. 이쯤되면 영화를 감상할 때 마동석·차우진을 함께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줄 듯하다.
또한 '범죄도시' 속에 등장한 또 다른 인물도 눈에 띈다. 속편에서 차우진이 연기한 최용기의 아버지로, 거대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최춘백 회장 역의 배우 남문철은 현재 고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장암 투병 중 향년 50세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범죄도시 2'는 남문철의 유작이다.
결국 고인은 자신의 유작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2020년 개봉할 예정이었던 '범죄도시 2'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영화관 상영이 미뤄졌다.1,000만 관객을 넘은 지금, 그의 부재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그래서일까. 마동석은 지난달 말 '범죄도시 2'가 500만 관객을 돌파하자 "고(故) 남문철 배우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며 소감을 전했다.
반면 불미스러운 이유로 속편에 합류하지 못한 배우도 있다. 전편에서 마동석과 함께 형사를 연기했던 배우 홍기준이다. 그의 역할 비중은 제법 컸다. 강력1반 형사일 뿐만 아니라 극중에서 마동석과 대등한 싸움 실력을 자랑한 박병식 캐릭터였다.
그러나 그는 '범죄도시 2' 촬영이 시작될 무렵인 2020년 봄 음주운전 혐의로 물의를 빚었다. 서울의 한 도로 한복판에서 술에 취해 차량에서 잠들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적발됐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고. 영화 합류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홍기준은 많은 영화에서 단역을 전전했다. 그러다 '범죄도시' 이후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조연급 배우로 성장했고 주목받았다. '범죄도시'는 한국형 범죄수사물 시리즈로 향후 8편까지 준비됐다고 한다. 이달 말부터는 3편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시련을 안겨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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