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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방화로 숨진 50대 사무장, 2년 전 늦깎이 결혼

입력
2022.06.10 14:30
수정
2022.06.10 14:47

고향 청송에서 효자로 소문이 자자
2년 전 결혼, 주위서 "가슴 아프다"
참사 5시간 전에 SNS에 제주도 여행후기도 올려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입구. 대구= 류수현 기자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입구. 대구= 류수현 기자

대구 법무빌딩 방화로 숨진 변호사 사무장 A(54)씨는 2년 전 결혼한 늦깎이 신랑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일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의 친구 B씨는 "(A씨가) 청송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고교 진학과 동시에 대구로 가서 평화시장과 영선시장 등에서 홀로 지내왔던 것 같다"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세상을 떠나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숨진 사무장 A씨는 늦깎이 결혼을 했다. 2년 전 청송에서 결혼할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하지 않아 친구들도 함께 축하해줬다고 한다.

A씨는 동네에서 소문난 효자였다고 한다. B씨는 "효자는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난다더니, 그 말이 참 원망스럽다"며 "친구는 80대 후반인 부모를 보러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대구서 청송까지 찾았다"고 말했다. B씨는 "친구는 모임에도 자주 나오는 등 소통도 활발했다"며 "그의 참석 여부에 따라 모임 분위기가 달라졌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말 동기 모임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빈소에서 만나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A씨는 참사 발생 5시간여 전인 지난 9일 오전 6시 청송 출신 출향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행후기를 공개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A씨는 "선, 후배님들 그간 안녕들 하신지요?"라며 "지난 연휴동안 가족들과 제주도 2박3일 다녀온 여행후기로 아침을 열고자 합니다"라는 781자 분량의 글을 올렸다. 글에는 제주공항 전경 사진과 혼인지에서 아내과 함께 찍은 사진, 특갈치 요리 사진 등 사진 10여장도 붙여 여행분위기를 풍겼다. A씨는 후기에서 첫째 날 송악산을 시작으로 이튿날 혼인지, 마지막 날 가파도 등 관광명소에 방문한 점과 제주 흑돼지 특갈치 등 음식까지 세부적으로 나열했다. 해당 SNS는 청송 출향인 3,746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관계자의 승인 없이는 열람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

A씨는 "대구에서 첫 비행기로 출발해서 랜드카(렌터카) 픽업 후 달려간 곳은 송악산"이라며 "둘레길을 걷다보면 산방산과 가파도 마라도까지 볼 수 있는 멋진 제주오름 둘레 코오스(코스)입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천재연(천지연) 폭포와 천재연 남대림지대 자연경관이 정말로 멋지네요"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마지막 날 일정을 두고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가파도 가는 배 티켓팅 하고 시간이 조금 남아 가까운 오설록 티뮤지엄과 녹차밭을 방문하였습니다"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어 "바닷바람이 시원하고 하늘이 예쁘고 멀리 보이는 산방산이 멋스럽네요"라며 "섬속에 섬 가오리 형상을 하고 있는 가파도 도착”이라며 하트 이모티콘 두 개를 붙이기도 했다. 또 "이름 모를 꽃들이 참으로 이쁘네요"라며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가 벌써 지고 있네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A씨는 "저의 제주도 여행기로 하루의 시작, 어제와 다른 오늘은 좀 더 특별한 시작이 될 수 있는 아침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글을 마무리 했다.

현재 이 글 아래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비보를 듣게 되다니 슬픈 현실이 너무 밉습니다" 등 수 백개의 댓글을 올리는 등 출향인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무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으로, 용의자 천모씨를 포함해 7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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