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중간선거 '롤러코스터' 위에 있는 트럼프

입력
2022.06.12 10:00
수정
2022.07.08 18:14
25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4월23일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카운티의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 집회에 공화당 상원 후보 J.D. 밴스(왼쪽)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4월23일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카운티의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 집회에 공화당 상원 후보 J.D. 밴스(왼쪽)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1월에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어느 정도로 장악할 것인가이다. 공화당내 극우 분파의 영향력이 얼마나 더 확대될지도 지켜볼 점이다. 일반적인 견해는 트럼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공화당이 한층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변하리라 전망한다.

단적인 예는 밴스(J.D. Vance)이다. 그는 중서부 백인 계층이 왜 트럼프에게 갔는지를 생생하게 서술해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한국어로도 번역된 '힐빌리의 노래'의 저자이다. 1년 전만 해도 트럼프에게 비판적이던 그가 연방 상원의원 오하이오주 공화당 경선을 거치면서 돌연 트럼프 추종자로 변모했고,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는 지지 선언을 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달 공화당 경선에서 역전승을 하며 트럼프의 힘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여론도 이와 비슷하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65% 정도가 여전히 2020년 대선에서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며, 공화당 지지자들의 56%는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트럼프를 지지한다.

더 중요한 것은 중간선거 자체의 특성이다. 일반적으로 중간선거가 여당에게 불리하고 야당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주목할 또 다른 점은 야당의 경선과정에서 온건한 후보가 불리하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여당에게 너무 타협을 많이 해서 "원칙이 없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선거에서 한 정당의 의원이 다른 정당의 의원으로 교체될 경우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점프'를 보인다고 한다. 지역구 전체 유권자들은 여전히 온건한데도, '물갈이'의 바람을 타고 극단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정당의 경선 과정에 적극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구리 널뛰기식 대표'(leapfrog representation)라고 부르는데, 이번에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하원 의석의 상당수가 극우 분파로 채워질 수도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이념적으로 온건한 주의회 의원들은 연방의회에 잘 도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공화당의 경우가 더 심하다고 하는데, 이념적 순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특성 때문에 본인들의 당내 경선 승리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봐서 생기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번 중간선거처럼 일치감치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되면 주 정치인들이 대거 연방무대로 관심을 돌리게 되는데, 주지하다시피 극우 분파의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공화당 당내 경선 결과를 보면 트럼프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지난 7일은 이번 중간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 중 가장 많은 유권자가 참여한 날이었는데, 트럼프가 지지선언을 한 극우성향 후보들이 고전했다. 예를 들면 한국계 미국인인 캘리포니아주의 김영옥(Young Kim) 의원은 대표적인 공화당 온건파 연방 하원의원인데, 극우성향 도전자를 물리치고 본선에 진출했다.

또한, 2021년 의회 난입사태에 대한 하원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당시 찬성표를 던져서 트럼프의 대척점에 섰던 35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 중 13명의 경선도 이날 있었는데, 단 한 명만 탈락하고 나머지는 모두 생존했다. 물론 8월에 있을 경선에서 리즈 체니 의원(와이오밍주)이나 카를로스 기메네즈 의원(플로리다주)이 어떻게 될지가 더 중요하겠지만, 현재까지는 트럼프의 지지가 경선승리의 프리패스는 아닌 듯 보인다.

2016년과 2020년에도 그랬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롤러코스트를 탄 듯 아슬아슬하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대체텍스트
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