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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념일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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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정일 시대 북한은 기념일에 맞춰 도발하는 사례가 많았다. 북한 정치 기념일이 많은 4월, 미국에서 큰 행사가 있는 7월,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8월 등이 도발 시즌에 속했다. 4월 도발이 내부 단속이나 결속에 무게가 실렸다면 미국 독립기념일이 있는 7월은 미국을 향한 정치적 의미가 컸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도 전문가들은 이런 시기에 맞춘 도발 예고를 쏟아내곤 한다. 준비를 마쳐 버튼만 누르면 된다는 이번 7차 핵실험 도발 시점도 예외는 아니다.
□ 기념일 도발의 시초는 2006년 7월4일(미국 시간)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였다.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8년 만의 도발은 핵실험을 하기 전인 만큼 충격이 컸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김정일이 음식을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고 회고록에 썼다. 부시는 그 의도가 “김정일은 세계의 이목이 이란에 집중되자 관심을 끌고 싶었던 것 같다”고 봤다. 당시 이란은 나탄즈 핵시설 봉인을 해제하고 우라늄 추출에 나선 상태였다.
□ 미 독립기념일(7월4일)은 이후 단골 도발 시즌이었다. 대화가 없던 2009년과 2017년, 2020년에도 이때를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을 쐈다. 기념일 도발은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긴장을 고조시켜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념일 도발로 의도한 효과를 거둔 적은 거의 없다. 대포동 2호 발사에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자 북한은 3개월 뒤 마침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바 있다.
□ 도발에 적절히 대응하는 차원이라면 시기를 논하는 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도발 외형에 무게가 실려 군사적 의미는 작아지고 이벤트 성격으로 해석되는 측면은 문제다. 이번 미 메모리얼데이(5월 마지막 주 월요일) 도발을 언급한 이들이 그렇듯 시기 맞히기에 나선 전문가들이 늑대소년이 되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이번 7차 핵실험은 시기의 정치성보다 군사적 의미가 크다. 과시용 핵폭발 위력 시험이 아닌 전술적 사용을 위한 소형 핵실험일 가능성이 큰 탓이다. 실전 사용을 전제로 한 경량화 핵실험이라면 핵 공포가 현실에 더 가까워진 아주 위협적인 도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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