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의원 등 ‘윤핵관’ 사이의 당권 다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9일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정책 비전을 공유할 모임을 발족시키기로 하면서 친윤 세력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하자마자 친윤 모임 폄하로 응대했다. 선거에 이기자 곧바로 당권 싸움으로 불붙은 여당 모습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 내 갈등은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혁신위원회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총선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6일 정진석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대표 측근인 정미경 최고위원의 '당협 쇼핑'을 거론하고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자기 정치” 아니냐며 연일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혁신위가) 좀 성급한 면이 있다”고 거들었고 안철수 의원도 “혁신에서 중요한 건 약자 품기”라고 견제에 나섰다. 이 대표 또한 “1년 내내 흔들어 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 자신들이 대표 때리면 훈수고, 대표가 반박하면 내부총질”이라며 거침없이 받아쳤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과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거들었다. 이미 "나쁜 술수" "허튼 소리" 등 막말이 오갔는데, 이 대표는 귀국 후 공항에서도 정 의원을 향해 "추태에 가깝다" "당권주자가 아니다"는 말을 이어갔다. 지켜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갈등과 논쟁이 진짜 혁신을 위한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이를 이용한 경쟁자 밀쳐내기가 뻔하니 문제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지만 24일 당 윤리위가 이 대표의 거취를 결정지을 것인가가 변수가 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키우지 않으려면 혁신위 논의는 단지 차기 총선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떠나 정당 혁신 전반으로 확대해야 하며, 당 윤리위는 이 대표의 성상납 무마 의혹을 엄중히 다루면 된다. 원칙을 잊은 공방이 볼썽사나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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