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재선들 '집단지도체제' 제안... 친이재명계 "식물대표 만드나"

입력
2022.06.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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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최고위원 따로 뽑는 現방식 대신
재선들 "득표순으로 대표·최고위원 배분"
이재명계 "합의 안 돼... 상시적 갈등 초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비공개 회의임을 알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비공개 회의임을 알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8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차기 지도부를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로 꾸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뽑을 경우 권한이 분산됨으로써 극심한 계파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력한 차기 당대표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 측에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9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재선의원 모임 직후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좋겠다는 재선의원 다수의 의견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재선의원(48명) 중 절반가량인 20여 명이 참석했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도 의견을 들었다. 다만 친이재명계인 김병욱·김영진 의원 등은 불참했다.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할 경우,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자가 대표, 2~6위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이 경우 각 계파의 대표선수들이 지도부에 공존할 수 있어 계파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쉽다는 게 재선의원들의 주장이다. 강 의원은 "다양한 당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적합한 게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현재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조응천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일 땐 강력한 대통령이 있고, 또 그만한 권한과 권위가 있지만, 야당일 땐 그게 약하다. 그래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원트랙(통합형)으로 갔다"며 집단지도체제를 띄운 바 있다.

단점도 분명하다. 현행 체재보다 대표의 권한이 분산돼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 이날 모임에선 "다양성을 반영하기보다 분란을 키운다"는 소수의 반대 견해가 나온 이유다.

문제는 집단지도체제 주장에 대해 친명계가 선뜻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이재명 의원이 당권을 쥘 경우를 상정, 단일지도체제하에 강력한 권한과 리더십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서다. 집단지도체제로 바뀐다면 이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식물 대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 의원을 견제하고 있는 친문계 등 반이재명계 측에선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통합형 집단지도체제 주장이 전당대회에 앞서 계파 간 룰 전쟁의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장 강경파이자 이 의원과 가까운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룰을 바꾸려면 권리당원 직선제로 가야지, 집단지도체제는 아니다"라고 반대 뜻을 밝혔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집단지도체제에선) 지도부 내 갈등이 상시적으로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서 소위 말해 '봉숭아학당'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논의해볼 순 있겠지만 우리와 전혀 합의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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