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경찰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따로따로 만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행안부 장관이 독립 외청인 경찰청의 청장 후보군을 면담한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더구나 면담이 있고 나서인 지난 8일 신임 치안정감 보직 인사로 경찰 최고위급 진용이 확정되자, 이 장관이 차기 경찰청장을 낙점하려고 일대일 면접을 봤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그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이자 '복심'으로 꼽히는 인사라 더욱 그렇다. 9일엔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김창룡 경찰청장을 면담했는데, 이 또한 행안부 설명과 달리 단순한 상견례 자리는 아니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 수뇌부 교체기에 이 장관의 행보는 윤석열 정부가 '경찰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키운다.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정부가 인사권을 고삐 삼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치안정감 승진 인사부터가 그랬다. 기존 치안정감 가운데 새 청장을 인선하고 나서 치안정감을 교체했던 경찰 인사의 오랜 관행을 뒤집고, 치안정감 7명 가운데 교체 가능한 6명을 전원 물갈이했다. '장관 면접'에서 낙점받은 새 청장 후보자는 또 다른 대통령 최측근 한동훈 장관이 있는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인사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승진자 면담을 두고 "경찰청장 후보 제청권자로서 (후보군이) 어떤 분들인지 보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행 경찰법은 경찰청장 임명 시 행안부 장관 제청에 앞서 독립 국가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절차상 하자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경찰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시켜 정치권력 개입 폐단을 막고자 했던 1991년 경찰법 제정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경찰 권력 비대화가 우려된다면 국가경찰위원회의 경찰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순리다. 행안부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꾸려 검토하고 있는 경찰 통제 강화 방안도 경찰권의 독립적·중립적 행사라는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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