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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산은 회장 '속전속결' 임명… 왜 서둘렀을까

입력
2022.06.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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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회장 공백 ②부산 이전 ③뉴딜펀드 감안
부산 이전 갈 길 멀어, 노조는 출근 저지

강석훈(오른쪽)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으로 출근하던 도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반대하는 산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가로막혀 있다. 뉴시스

강석훈(오른쪽)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으로 출근하던 도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반대하는 산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가로막혀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다른 정권에선 서두르지 않았던 KDB산업은행 회장 인선을 재빨리 매듭지었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산은의 부산 이전과 여권이 칼질을 예고했던 뉴딜펀드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기 위한 '속전속결 인사'로 풀이된다.

8일 산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전날 임명한 강석훈 신임 산은 회장은 업무를 개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한 달 만에 산은 회장을 정한 건 이례적인 속도다. 이명박 정부, 문재인 정부는 각각 집권 후 3개월, 4개월 만에 민유성 회장, 이동걸 회장을 산은 수장으로 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직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와 일할 강 회장을 임명·제청한 모습도 다른 정부와 비교된다. 산은 회장은 새 정부 금융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후 임명·제청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비슷한 속도인 출범 한 달 후 홍기택 산은 회장을 인선했으나 당시 임명·제청한 이는 박 전 대통령이 뽑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었다.

윤 대통령이 산은 회장 인선을 빨리 마무리한 이유는 ①우선 회장 공석 상황을 메우기 위해서다. 전임이었던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이 문 대통령 임기 종료에 맞춰 사임해 현재 산은은 한 달 가까이 지도부 공백 상태다.

관가에선 ②윤 대통령이 산은 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의지를 이번 인사에 담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경제통이자 박근혜 정부 경제수석을 지내는 등 중량감 있는 정치인인 강 회장에게 산은을 맡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법 개정 사안인 산은 이전을 밀어붙이려면 경제적 논리는 물론 정치적 입지도 탄탄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③여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 삭감 1순위로 올려놓은 뉴딜펀드의 구조조정도 산은 회장 인선을 앞당긴 요인으로 풀이된다. 올해 정부 예산 6,000억 원인 뉴딜펀드는 주무 부처가 금융위원회이나 실제 집행은 산은을 통한다. 아울러 올해 초 무산된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산업 구조조정을 지체할 수 없는 면도 산은 회장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은 이전의 경우 노동조합 등 내부 구성원 반발이 커 갈 길이 멀다. 당장 산은 노조는 강 회장을 '산은 이전 미션을 받은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이날 첫 출근길을 저지했다. 강 회장은 부산 이전 논란과 관련해 "(노조와) 같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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