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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에, 금융권 '예측 불가'…"눈 밖에 나면 죽나"

입력
2022.06.07 17:49
수정
2022.06.07 17:5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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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학자 맡던 자리, 검사 첫 임명
감독 방향 가늠할 수 없어 '시계 제로'
금융권 '사정 한파' 우려 목소리도

7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취임했다. 연합뉴스

7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취임했다. 연합뉴스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7일 윤석열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하자 금융권은 잔뜩 긴장했다. 1999년 출범한 이후 줄곧 금융 관료 또는 학자 출신이 맡았던 금감원장을 검사 출신이 맡은 적은 처음이라 향후 감독 방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주도로 금융권에 '사정 한파'가 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부장검사를 이날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원장은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릴 정도로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아꼈던 후배 검사다. 그는 취임사로 금융시장 선진화와 안정 도모,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강조했다.

검사 출신이 금감원 수장에 오른 건 창립 이후 처음이다. 이 원장은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한동안 회계사로 일한 적이 있고, 현대차 비자금·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 등 금융 관련 수사 경험이 있다.

금감원 감독을 받는 금융권은 '이복현 체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없다면서 시계 제로에 빠졌다. 특히 대출 규제 완화, 가계부채 제어 등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금융시장 관리를 금융 비전문가인 이 원장이 제대로 해낼지 의문을 던진다.

금융권은 직전 금감원을 이끈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제시한 시장 친화적인 검사 방향이 뒤바뀔지도 걱정하고 있다. 이 원장이 검찰 업무 스타일을 앞세워 '먼지떨이식 검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소비자 보호'에 주안점을 둬 고강도 금융사 검사를 예고했던 윤석헌 전 금감원장 발탁 때와 비교해 더 불안하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감원 간 공조는 기대된다. 라임·옵티머스펀드 재조사는 물론 루나·테라 사태, 시중은행 횡령 사건 등에 대한 조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교수·관료 출신이 익숙한데 검찰 출신은 경험한 적이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 역시 "대통령 관심 사안일 경우 금감원이 그 틀에 맞춰 금융사를 심하게 압박할 것 같다"며 "대통령 눈 밖에 나면 죽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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