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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연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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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간 캐릭터들이 유행이다. 그들은 광고에도 출연하고, SNS활동도 활발하며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각시킨다.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발전하며 영화에서는 이미 고인이 된 배우들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감독이나 배우도 CG로 대체되는 것 아닐까?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한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화면 안에 담기는 것들이다. 이를 미장센(Mise-en-scène)이라고 한다. 미술, 소품들이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이라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는 화면 안에서 몸짓 언어와 표정 언어, 대사들을 연기하며 움직인다. 배우가 인물을 연기하며 움직일 때부터 영화의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배우의 연기가 중요하다. 배우의 연기가 관객을 설득시키고 호소하는 정도에 따라 영화의 몰입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배우의 연기를 연출하는 방법론은 감독들마다 다르다. 인물을 연기하는 방식도 배우마다 다르다. 때문에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호소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에서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을 개봉한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경우에는 배우들이 대본을 온전히 숙지할 때까지 대본을 앉아서 읽는다. 배우들이 대사에 충분히 체화됐다고 여겨졌을 때부터 움직이고 리허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온전히 시나리오에 적혀 있는 대사의 온점까지 그대로 표현해주기를 바라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애드리브를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이들도 있다. 스와 노부히로 감독은 아역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하는데, '유키와 니나'를 찍을 때, 유키 역의 배우가 엄마의 울음을 보고 울음을 터뜨려야 하는 장면에서 웃는 바람에 NG가 났다. 이유를 들어보니, 엄마 역할의 배우가 눈물을 흘릴 때 번진 마스카라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는 것이었다. 감독은 현장에서는 이 컷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가 편집 과정에서 '아이가 엄마의 번진 마스카라를 보고 웃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판단을 했고, NG가 났던 컷을 영화에 삽입했다.
내가 배우들에게 연기를 연출하는 방식은 스와 노부히로 감독에 가깝다. 인물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다. 남매의 여름밤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있다. 아빠가 동주를 깨울 때 동주가 왜 깨웠느냐며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나는 당초 그 장면에서 동주가 당연히 짜증을 내며 칭얼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동주 역의 승준 배우가 활짝 웃어 버리며 연기하자 분위기가 단번에 따뜻해졌다. 그 장면의 연기를 보며, 역으로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동주라는 인물이라면 아빠의 장난에도 웃어 넘기는 게 맞겠구나라며 생각했다.
아역의 연기뿐만 아니라 성인 배우들과 작업을 할 때도 의외의 얼굴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내가 해석하지 않은 바라보지 않았던 인물들의 표정을 바라볼 때, 영화와 인물의 세계가 더 확장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삶도 그렇지 않나. 마주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사람은 한 면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때론 예상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훨씬 깊은 면모를 내보일 때도 있다. 나는 영화가 삶을 모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에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영화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도 대체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설령 감독이 컴퓨터로 대체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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