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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웃음의 가짜 행복 벗기...감동 안겼던 향기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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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회!" "낭독~ 발음도 너무 좋지 않아요?" 사람 좋은 미소로 회사 전 직원에게 낭독회를 비롯해 여러 동호회 가입을 권유하느라 고군분투하는 행복지원센터 소향기 팀장. 지난달 2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이하 '해방일지')에서 얼핏 지나가는 역할로 보였지만, 드라마 끝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며 '해방일지'에 또 하나의 색채를 더했다. 늘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가식의 웃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그의 과제였다.
"해방되고 싶은 게 한 둘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소향기 팀장을 연기한 배우 이지혜(40)를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그는 향기 보다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었다.
"무표정이 안 돼요" 향기가 담은 현대인의 얼굴
“이 표정, 무표정이 안 돼요.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데. 뭐 행복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이렇게 웃을 정도로 좋지도 않은데. 사람만 보이면 자동적으로 이런 표정이 돼요. 그래서 상갓집 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상갓집 갈 때마다 억지로라도 무표정 해보려고 애쓰는데 힘들어요.”
JTBC '나의 해방일지' 12회에서 향기의 대사
사내 직원들의 행복을 지원하는 향기 팀장은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다. 선뜻 거부하기 어려운 그의 미소는 어느 동호회에도 가입하지 않은 '아웃사이더' 셋(김지원·이기우·박수영)이 '해방클럽'을 꾸리는 계기였다. 이 해방클럽은 다시 향기 팀장의 해방을 자극하는 단초였다. "해방이 뭐 하는 거냐"며 의아해하던 향기가 해방클럽에 참가해 "무표정이 안 된다. 그래서 상갓집 가는 게 너무 힘들다"며 고백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대본을 받고 처음 대사를 읽었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자신은 웃고 싶지 않은데 미소를 짓는 것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처하는 상황이 거예요., 웃지 않으면 속마음을 들킬 수 있으니까요." 김석윤 감독은 이 장면 촬영에 앞서 그에게 "세상의 모든 향기를 대신해서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완전한 해방은 없어도 희망은 있어야 해"
이지혜는 향기의 해방일지에 '나는 오늘 솔직했을까'라는 고민이 담겼을 거라고 상상했다. "정직하게 보겠다"는 해방클럽의 강령과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향기는 '억지 웃음'에서 해방됐을까. 마지막회에서 향기는 "어느 날은 (해방이) 좀 된 것 같고, 어느 날은 도로아미타불이지만 그래도 아예 없다고는 못 한다"고 답한다. 이지혜는 "백 퍼센트 해방은 없다"고 했다. "완전한 해방이 과연 있을까요. 그럼에도 향기가, 우리가 희망을 잃진 않았으면 해요. 모두 굴레 속에서 살아가면서 가끔 길을 잃을 순 있지만, 희망마저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어요."
'현대인' 향기 뒤엔 연극배우 이지혜가 있다
향기를 연기한 이지혜의 '본캐'는 연극배우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연극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전화벨이 울린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으로 10년 넘게 무대에 올랐다. 해방클럽 멤버로 함께 한 배우 박수영(상민 역)과는 2010년 연극 '낮잠'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다. 그는 "약 2년 전 선배님 집들이에서 봤을 때 제게 '선물은 필요 없고 대신 현장에서 만나자'고 하셨는데, 그 꿈이 '해방일지'에서 이뤄졌다"며 눈물을 떨궜다.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선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다가 드라마 '송곳' 등에서 맺은 김석윤 감독과의 인연으로 '해방일지' 조연 역할을 맡았다.
연극과 '거리두기' 중 향기를 만나 '환대' 받다
이지혜에게 향기 역이 더욱 특별했던 것은 '해방일지'가 코로나19로 연극 무대를 떠나 있을 때 만난 선물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배우 생활을 시작한 후 가장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공식 홈페이지 인물 관계도에 제가 나온 것도, 촬영을 마치고 스태프분들께 박수와 꽃다발을 받은 것도 처음이에요." 경상도 출신이라 무뚝뚝한 가족도 "드라마 잘 봤다. 멋있다"며 응원을 전해왔다고 한다. "마지막 촬영이 지난해 12월 27일이었을 거예요. 그날 받은 꽃다발을 잘 말려서 예쁜 병 안에 고이 모셔놨어요. '오늘도 파이팅'하면서 그날을 상기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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