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팩은 폐지? 헷갈리는 쓰레기 분리배출, 교육이 필요하다

입력
2022.06.08 10:00
수정
2022.06.08 10:24
16면

[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17> 쓰레기 박사도 헷갈리는 분리배출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간, 지역간, 나라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양파망은 종량제 봉투로 버려야 할까, 아니면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야 할까? 정답은 비닐로 분리배출이다. 양면 비닐 코팅된 종이 쌀 포대는 종량제 봉투일까, 아니면 폐지일까? 정답은 비닐이다. 양면 비닐 코팅 종이는 종이로 재활용이 어려워 쓰레기로 버려야 하지만, 포장재로 사용될 경우는 종이가 아닌 비닐 포장재로 본다. 반면 한 면만 비닐 코팅된 종이컵이나 아이스크림 용기 등은 폐지로 배출해도 된다. 양면이 비닐 코팅된 종이 용기 중 우유팩이나 두유팩 등은 비닐도 아니고 폐지도 아니고 종이팩으로 따로 분류된다.

아마 이런 정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쓰레기 배출이 뭐가 이리 복잡한가? 이런 것 하나하나 다 외워야 하는 걸까? 쓰레기 기말고사라도 매년 봐야 하는 걸까? 쓰레기 박사라 불리는 나도 매번 헷갈리고, 어떤 것은 물어물어 조사를 해 봐야 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도 있고, 재활용 업체마다 정보가 제각각인 경우도 있다. 말만 쓰레기 박사지 쓰레기 미로에 빠지면 출구를 찾아 아등바등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쉬운 분리배출은 없다... 배워서 익히는 수밖에

분리배출 좀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분리배출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소한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신경 써야 할 것은 신경 써야 한다.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말아야 한다는 '비헹분섞'의 기본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 차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고, 파란색 신호등에 길을 건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배야 한다. 어릴 적부터 환경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어릴 적 환경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머리가 굳어버린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먹고살기 바쁜 어른들 데려다 매번 교육할 수는 없고, 전단지 뿌려봐야 몇 개 품목에 대한 정보만 제공해 줄 뿐이다. 민방위 교육할 때 잠만 자게 하는 교육을 할 게 아니라 분리배출 교육을 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표시제도 품목 늘리고, 정보 검색 쉬워져야

좀 더 효율적 분리배출 정보제공 방법은 없을까? 제일 좋은 것은 표시제도다. 분리배출 표시가 된 것만 분리배출하면 된다고 짧고 굵게 교육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분리배출 표시 품목도 더 확대돼야 한다.

문제는 분리배출 표시를 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이 경우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헷갈릴 때 품목 이름과 분리배출 단어를 치면 바로 정보 검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이 있기는 한 데 앱을 다운받아야만 한다. 앱을 다운받지 않더라도 쉽게 정보 검색이 가능해야 한다. 서비스가 좀 더 좋아져서 품목을 검색하지 않더라도 카메라로 스캔했을 때 바로 정보가 뜬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성에도 우주선이 날아가고 인공지능이 소설책도 쓰는 시대에 우리는 아직 분리배출 정보를 찾아 허둥대고 있다. 분리배출 정보를 먼저 제대로 주고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라고 시민들을 다그치는 게 순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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