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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네 탓 공방 벌이는 민주당…이대로면 쇄신 동력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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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낯 뜨거운 ‘네 탓’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든 친(親)문재인계의 선제 공격에 친이재명계도 “’이재명 죽이기’를 위한 기획 공세"라며 맞불을 놓았다. 번갈아 당 주류를 점하며 잇단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양대 계파가 자성 대신 책임 미루기에 열중하는 사이 쇄신 동력은 식어가고 있다.
전·현직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주말 동안 일제히 이재명 의원 엄호에 나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 남양주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한 최민희 전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이재명 지키기”라며 “그럼에도 당권 투쟁에 몰입한 현실이 통탄스럽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이 이 의원의 무리한 출마에 있다”는 당내 일각의 비판을, 8월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친문계의 정치 공세로 규정한 것이다.
이재명 의원의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전날 “마치 ‘작전’하듯이 국회의원 10여 명이 일제히 SNS에 글을 올리고, 일부는 방송에 출연해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며 “민주당에 대한 쇄신 의지가 아니라, 계파의 이익이 먼저인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고 비슷한 주장을 폈다.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도 “경쟁자를 죽이겠다고 덤비는 심보”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 이후 분출한 홍영표, 전해철, 신동근, 윤영찬 등 친문계 내지 친이낙연계 의원들의 이 의원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양측의 공방은 감정 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했다”며 이 의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을 두고 손혜원 전 의원은 “민주당 패배는 바로 당신, 이낙연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낙연계가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열심히 돕지 않아 민주당이 석패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네 탓' 공방은 민심 이반을 바라보는 두 계파의 시각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친문계는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을 대체로 이 의원의 도덕적 흠결과 무리한 출마에서 찾고 있다. 반면, 친이재명계는 선거 패배는 부동산 정책과 내로남불 등 문재인 정부의 누적된 실정으로 인한 것이며, 구원 투수로 나온 이재명 후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오랫동안 당 주류였던 친문계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본다.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 전까지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객관적 선거 결과 평가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첨예한 계파 갈등 속에서 엄정한 평가가 내려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대로라면 어떤 계파가 승자가 되든 민주당의 앞날이 어둡다는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권에서 밀려난 계파에 선거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승리한 계파는 쇄신 없이 기존의 팬덤 정치, 내로남불 행태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5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민주당에 비판적인 여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론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실망감 등이 겹쳐진 결과인데 계파 입맛에 맞게 한쪽 측면만 부각해 상대 계파 공격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런 상황을 교통 정리할 권위 있는 당내 어른도 없어서 당 쇄신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대로 가면 2024년 총선도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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